Olivier Assayas: Summer Hours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머니가 죽었고, 어머니가 남긴 유산들은 세 자녀의 손에 떨어졌다. 어머니는 가치가 매우 높은 예술 작품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었고, 유산을 물려 받기 위해서는 이 예술작품들을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높은 비율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물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박물관에 기부하는 것이고, 이 세 자녀는 유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변화와 맞닥뜨리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이 <빨간 풍선> 에 이어 두번째로 제작한 이 작품은 허우샤오시엔이 만든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에 비해 훨씬 더 직접적으로 예술 작품과 그것이 걸쳐 있는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사람들과 그들이 남긴 작품들에 대한 애정은 자녀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들은 어머니의 집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깊이는 철저히 개인적인 차원에 머문다. 어머니가 따로 불러 신신당부한, 유일하게 프랑스에 거주하는 맏이 프레데릭마저도 동생들의 의견을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이 당면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그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다음 세대가 역설적으로 예술의 현재성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아름다움의 한 축이다. 마약을 하거나 남자를 함부로 만나는 문제아로 비춰지는 프레데릭의 딸이 그 문제의 남자친구와 함께 “벽을 넘어” 할머니의 유산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마지막 시퀀스는 경이롭다. 그 바로 전 시퀀스에서 어머니 엘렌을 끝까지 옆에서 돌보던 ‘과거’ 를 상징하는 인물인 일로이즈가 텅빈 집 안으로 결국 들어가지 못하는 장면과 이어지면서 과거와 현재의 삐그덕거리는 이음새를 -역설적이게도- 숭고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아름다움의 또다른 축이 될 것이다. 프레데릭이 자신의 어머니의 유산중 아무거나 하나 가져 가라고 하자 일로이즈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그 어떠한 것도 가져갈 수 없어. 저기 보이는 꽃병 하나 정도면 어떨까. 저 꽃병에 꽃을 꽂아 두면서 그녀를 추억할 수 있겠지.”

자녀들이 팔거나 기부해서 사라지는 값비싼 예술작품들속에서 정말 찬란하게 빛나는 단 하나의 유산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초라한 꽃병 하나였고, 과거를 지탱하는 마지막 인물인 일로이즈가 들꽃을 한줌 꺾어 그녀의 무덤 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그렇게 과거는 현재에게 자리를 비켜주게 된다.

이 영화는 잔잔하고 아름다우며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정신을 퍼뜩 들게 만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영화속 모든 장면은 눈부시게 빛난다. <빨간 풍선> 이 그러했듯이 이 영화 역시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의 행복한 시간 속으로 나를 끌어 들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후반부는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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