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ot Diaz: This is How You Lose Her

줌파 라히리, 크리스, 그리고 주노 디아즈. 모두 제 3세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미국이라는 배경으로 한정되어 있거나 최소한 미국과의 연계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미국이라는 백인 중심 사회에 들어 와서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는 최근들어 미국 문학계에서 더 큰 관심을 받는 듯 하다. 아마도 이민 2,3세대들이 영어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 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주노 디아즈는 MIT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2007년 첫장편 <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o> 로 퓰리쳐상을 거머쥔 각광받는 작가다. <This is How You Lose Her>  가 내가 읽은 그의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전작들과의 상관 관계는 리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디아즈는 그의 첫 데뷔 단편집이었던 <Drown> 부터 줄기차게 Yunior 라는 도미니카 출신 이민 1.5세대가 미국 뉴저지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그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Yunior 라는 단일한 인물이며, <This is How You Lose Her> 는 그가 겪는 모든 종류의 womanizing 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거나 백혈병으로 사망한 남동생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자신의 어머니, 여성 편력이 심했던 마초적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등, Yunior 를 둘러싼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단편집에 따르면 Yunior 는 (내 기준에서) 상당히 선정적인 환경속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여자친구의 집에서 섹스를 하는 동안 어린 Yunior 를 차에서 기다리게 한다. Yunior 의 남동생은 Yunior 가 있는 방에서 여자친구와 섹스를 한다. Yunior 역시 만만치 않다. 고등학교 교사와 섹스를 하거나 피앙세가 있는데도 바람을 피운다. Diaz 의 단편집에서 여성은 폭력과 광기의 희생양이다. 그리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연약하고도 강인한 존재로 그려진다. Yunior 의 어머니는 친구나 가족이 하나도 없는 미국으로 건너온 뒤 도미니카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쓰거나 텔레비젼을 하루종일 보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며 두 아들을 홀로 키운다. Yunior 와 헤어진 여자친구는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울 결심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Yunior 의 남동생을 만나 아이를 가진 그의 여자친구는 뻔뻔함을 무릅쓰고 그의 가족들에게 돈을 뜯어내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애쓴다.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결론으로 흐를 수 있는 이러한 소소한 이야기들은 도미니칸이라는 정체성이 미국 뉴저지라는 좁은 공간속에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갈등들과 합쳐져 다층적인 구조를 이룬다. “백인 여자와 오래 사귈 수는 없잖아. 한번 하는 것은 또 모르지만..” 이나 “푸에르토 리코 여자는 다시는 데려오지 말거라.” 와 같은 대사들은 도미니칸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심리적인 한계를 성적인 코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도미니칸들에게 Santo Domingo 와 같은 곳은 일종의 이상향으로 그려진다. 그리운 고향이자 나중에 꼭 돌아가야 할 곳뿐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갈등들이 해소될 수 있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하는 그런 곳으로 말이다. Yunior 는 여자친구와 함께 산토 도밍고에 가면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산토 도밍고에 세번이나 가봤다는 백인 여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Yunior 의 어머니는 산토 도밍고에 아직 살고 있는 그녀의 여동생에게 매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쓴다. 제발 미국으로 와서 당신과 함께 살면 안되겠냐고. 이들에게 미국, 뉴저지는 현재를 살아가야 할 터전이자 매일 매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전쟁터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떠나온 고향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도구로 종종 사용된다. 나에게는 서울이 그런 곳이다. 25년동안 살아온 그 도시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곳이 아님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김밥천국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지하철이 있다. 내가 떠나 왔고 지금 당장 돌아갈 수 없는 먼 그곳에 대한 기억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질되어 가면서 서울이라는 이미지 또한 조금씩 미화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이민자, 혹은 고향을 떠나 타국에 살고 있는 자들에게 삶의 터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역시 Diaz 의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문체일 것이다. 그는 라히리나 크리스 리처럼 자신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번역없이 영어와 함께 사용한다. 스페인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나같은 독자들은 스페인어 부분을 건너 뛰어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겠지만, 스페인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에서 디아즈의 세심한 표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단편집에서 드러나는 디아즈 문체의 특징은 각 단편에 등장하는 작중 화자의 캐릭터에 맞게 표현이 심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Yunior 는 도미니카에서 어렸을 때 이민을 와서 거친 환경에서 성장해 럿거스를 졸업하고 현재는 보디빌딩을 하는, 쉽게 말하면 좀 배웠다는 마초다. 그가 사용하는 표현은 영어 문법의 규칙을 자주 위배하고 욕설도 꽤 자주 사용한다. 디아즈가 이 Yunior 라는 인물을 얼마나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초해서 창조해 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의 작품 세계에서 Yunior 의 정체성은 문장 구조를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그의 전 여자친구가 화자가 되는 “Otravida, Otravez” 같은 경우에는 욕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아주 정갈한 구조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육 수준이 낮은 흑인 여성이 화자가 되는 <Precious> 가 의도적으로 문법을 일탈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래 영상은 디아즈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5 thoughts on “Junot Diaz: This is How You Lose Her

  1. 언젠가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점점 길어져가는데 게을러서 큰일이에요. 종혁님의 독서열은 항상 존경스러워요 헤헤.

    “아마도 이민 2,3세대들이 영어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 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라는데서 드는 조금은 다른 의견인데요. 영어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사용하기보다는 그만큼 이민 사회들이 정착해서 안정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는게 더 맞는 표현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언어라는건 학교가서 다 배우는거고 (특히 이민 1.8/2세들은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써서 유명해지는 작가들도 있잖아요.

    이민사회의 초창기에는 먹고 사는데 바빠서 -_- 자의던 타의던간에 사회에서 가장 빨리 “성공” (이라면 대개는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직장, 사회적인 명예, etc) 로 많이 쏠리다가 (예를 들자면 엔지니어링이라던지 희사, 회계사) 거기서도 한 세대가 지나면서 직업의 선택이 좀 더 자유로워진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미국 사회자체가 훨씬 더 다문화에 너그러워진 영향도 크겠죠. 이민 사회의 고향인 나라든의 국제사회에서 조금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아주 조금이나마 영향이 좀 있을것 같고..할리우드에서도 이민 2/3세 배우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것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

    남의 일이 아니라 그런가 (…) 이민자/소수민족에 대한 문화적인 관심과 해석은 언제나 참 재밌어요.

    • 저도 땡스기빙 연휴동안 시간이 좀 남아서 겨우 한권 읽은 겁니다 ㅋ

      저도 관찰자의 시선으로만 이민자 문화를 바라 보다가 이번에 선을 본 분이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환경에서 성장하신 분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 선을 본 아가씨가 어려도 목적에 전혀 지장이 없을수도 있어요! 20대 초반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무지 멀어보였는데 2-3년만 지나도 그게 금방 아니던데요 ㅎ.

      종혁씨 눈에 비친 그 아가씨는 참 괜찮은것 같아요 ^^ 그럼 나이가 문제될게 아니죠!

    • 그 친구가 굉장히 성숙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저도 그런 기대를 살짝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덜컥 이번주에 만나서 담판(?) 짓자고 해서 불안해 하는 중이예요 ㅠ

  2. Pingback: 주노 디아즈: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M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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