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 Dreamtalk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 앨범이 오랜만에 나왔다. EP <Nince Days or a Million> 이 나온 때가 2009년, 정규 앨범만으로 치면 8년만이다. 새 앨범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는 메시지보다는 음악의 형식과 문법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고민하는 듯 보인다. 굳이 단어를 끄집어내자면 반복, 점층, 대구 정도? 앨범은 의미없는 단어들을 무한 반복하며 가장 미니멀한 형태의 음악적 뼈대만을 남긴 “Smoke Hot Coffee Refill” 으로 시작해 역시 무의미한 4음절의 단어들을 단 한번의 반복없이 끊임없이 생성해 내는 “끝말잇기” 로 마무리되는데 이 마지막 곡은 소닉 유스를 연상시키는 노이즈의 향연이다. 앨범 중간 중간에 3호선 버터플라이만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몇몇 킬링 넘버들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앨범의 테마 자체를 바꾸어 버릴 정도는 아니다.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한 타이틀곡인 것 같고. 하나의 테마로 밀도있는 앨범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요즘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부분 4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을 가지는 곡들 열세개를 우겨 넣은 것을 보면 멤버들이 이 앨범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굳이 뮤지션들의 수준이나 클래스를 나누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3호선 버터플라이가 대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또 결코 듣는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혹은 믿음을 주는 뮤지션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 앨범이 가지는 한계 혹은 아쉬운 점 역시 이런 접근 방식에서 찾고 싶다. 3호선 버터플라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은 흔들리는 듯 희미한 듯, 미열과 함께하는 약한 감기처럼 불안한 정서를 정성스럽게 디자인된 사운드 위에 가감없이 담아내는 데에 있었다. 이들이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것이 겉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메시지가 실종된다. 실종된 메시지와 함께 하는 3호선 버터플라이는 아무리 흥미로운 컨셉으로 가득찬 앨범이라고 해도 가슴을 후려치는 한방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앨범 중간 중간에 진짜 좋은 곡들이 많다. 영화 <그녀에게> 에 수록되어 유명해진 “Cucurucucu Paloma” 의 리메이크 버전에는 남상아의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오고, “너와나” 에서는 오랜만에 힘을 잔뜩 분출해 내는 스트레이트한 록넘버를 맛볼 수 있다. “꿈속으로” 도 너무 좋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