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Beginners

<Beginners> 는 최근 몇년동안 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이 영화가 <There Will be Blood> 같은 류의 시대의 역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에 기인한다. 대단히 큰 감정적인 소요를 불러 일으켰고, 그 감정의 파고가 쉬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내 품에 꼭 끌어 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기술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모든 예술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평론가가 아니므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전적으로 의존해 받아 들일 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내게 오랜 시간동안 잊지 못할 영화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이 영화를 봤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두번째로 봤다. 이 영화에 대한 잔상이 (영상과 배우들의 목소리, 그 뒷편으로 흘러나오던 음악들 모두) 한국에서 머물렀던 20일동안 나의 머릿속 어딘가를 지속적으로 자극했고, 결국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이번 여름 한국 여행을 지배해 버렸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중에도, 잠을 청하는 침대 위에서도 끊임없이 이완 맥그리거가 분한 올리버가 내뱉던 대사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올리버와 그의 아버지 할이 살던 집안 이곳 저곳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물론 이 영화를 두번째로 보면서 내가 기억하고 있던 대부분의 대사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 무엇보다 영화 내내 조용하게 흘러 나오던 음악들을 잊을 수 없었다.

Roger Neil, Dave Palmer, Brian Reitzell 이 작곡한 이 영화의 테마 음악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에 쓰인 대부분의 음악들은 1920년대 발표되었던 올드 스탠다드 재즈 넘버들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두톤 정도 다운된 채도와 읊조리듯 말하는 주인공들의 대화 방식에 썩 어울리는 따뜻하고 담백한 곡들이다. 음악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탁, 하고 연상되기도 하지만 모든 곡들이 하나의 통일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내게 주었던 전체적인 인상을 되살리는 기능에 충실한 편이다. 영화의 테마곡은 8분 남짓한 길이인데 총 세개의 테마가 하나의 곡 안에 연결되어 있는 형식이다. Beginners Theme, Anna’s Song “I Want to be Here Pt.1”, “I Want to be Here Pt.2” 가 끊기지 않는 호흡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의 제목을 알고 난 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고 생각했던 아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가장 절박하게 새로운 “시작” 을 해야 하는 인물은 아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2 thoughts on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Beginners

    • 앗 비행기에서 저만 좋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니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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