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Weekly, By-weekly, and Monthly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일을 하는 나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스스로에게 강제하는 것이다.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잠을 자거나. (데이트를 해도 참 좋을텐데 이건 해당 사항이 아니..ㅠ) 하지만 활자에 대한 고픔이 심해질 때는 종이 위에 쓰인 것들을 많이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은 탈출구가 된다. 책이 그중 가장 나은 옵션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책을 펼치기 전에 상당히 많이 긴장하는 버릇이 있어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할 때나 화장실에 앉아서 읽기 위해 책을 선뜻 펼치지 못한다. 그 다음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읽을 꺼리’ 들은 신문과 잡지들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씨네21을 주로 읽었다. 지하철에 탑승하기 전, 혹은 잠자리에 누워 불을 끄기 전 펼쳐 읽으면 아주 좋은 잡지인데 애석하게도 미국에서는 양껏 사서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영어로 쓰인 신문과 잡지들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선택은 the Economist 였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이고, 정치/사회/경제 일반부터 간단한 북리뷰, 그리고 금융 시장에 대한 별도의 섹션이 들어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되는 문장들에 있을 것이다. 허투루 쓰이는 단어나 문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유려하고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표현 방법뿐만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글을 정해진 분량의 범위 안에서 어떻게 완성하는지 구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다. 이 잡지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역시 논조의 모호함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centerist’ 라고 칭할 정도로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사실 이 잡지가 가지고 있는 철학의 근본은 친시장주의, 즉 자유주의적인 시각에 있다. 지나친 정부의 규제를 극도로 혐오하며 경제발전에 의한 위기 탈출을 주장하는 이 잡지는 부쉬와 같은 극단적으로 바보같은 보수주의 정권만 아니라면 시장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정권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주간지가 가지는 호흡을 매력적이다. 시의성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현재 이슈와 흐름을 놓치지 않지만, 몇페이지에 달하는 분석 기사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도 가지고 있다. 일간지에 비해 시야도 넓은 편이다. 일간지는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이슈들에 대한 사실 전달에 치중하면서 그 이슈에 대한 해당지의 입장을 간략히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해당지의 입장이라던가 철학이 더 견고하게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섣부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간지는 일간지에 비해 선택과 집중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할당되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간지에 비해 깊은 분석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시의성 넘치는 이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아쉬워서 Financial Times 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 타임즈 역시 영국에서 발간되는 일간지이다. 이코노미스트지와 같은 모기업 아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논조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유주의 근간 아래 친시장적인 정책을 지지하고 결국에는 자유로운 재화의 교역이 모두를 이롭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간지가 가지는 짧은 호흡이라는 특성상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정책적 오류들을 지적하는 데에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이는 파이낸셜 타임즈라는 친시장적인 일간지가 가지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즉 이코노미스트가 이슈에 대한 분석에 치중한 나머지 좁은 시야와 세부적인 내용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반면 파이낸셜 타임즈는 넓은 시야는 완전히 포기한 채 세부적인 이슈에 대한 신속한 반응으로 조금 더 명쾌한 색깔을 띠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코노미스트보다 조금 덜 지루하고 조금 더 자극적이다. 내가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섹션은 comment 파트인데 여기에는 정치계나 학계의 거물들이 짧은 지면에 함축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무 보수적인 언론들만 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자유주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대안 매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Le Monde Diplomatique 와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를 구독했다. 르몽드 디플로마띠끄는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월간지이다. 월간지치고는 상당히 지면이 빈약한 편인데 아마도 비주류 매체의 설움이자 한계이지 싶었다. 앵글로-섹슨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좌파적 시각에 관대한 프랑스에서 발간된 매체답게 더 자유롭고 더 넓은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절반 정도는 영어가 원문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프랑스 원판에 쓰인 원고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번역이 상당히 매끄러워 읽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다. 르몽드 디플로를 읽으면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면서 역시 정치적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ㅋ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이슈들에 집중한 나머지 경제 분석 기사의 깊이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월간지가 가지는 한계라면 이슈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극복 불가능한 깊이의 레벨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이상의 지식을 얻고 싶다면 학문 저널을 읽는 수 밖에.

NYRB 은 2주에 한번 격주간으로 발간되는 북 리뷰 잡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북리뷰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어쩌면 책을 리뷰한다는 핑계삼아 필자들이 주장하고 싶었던 바를 전달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주로 학계에 종사하는 학자들에 의해 작성되는 북리뷰는 시의성보다는 내용의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오바마의 헬스케어 시스템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확실하게 건드리고 넘어가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긴 흐름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슈들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측면이 강하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의 전시회를 리뷰하면서 그의 최근 전시에서 드러난 작가적 정체성을 다른 책들과 연계시켜 분석하는 식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신문, 혹은 잡지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소멸한다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나는 매체다. 책처럼 책장 속에서 오랜 기간 보관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기 위해 자극적으로 자신들으 선전하며 그들의 짧은 호흡을 보상받으려 한다. 발행 주기에 따라 그 자극성의 정도가 달라지며,  그들이 담고자 하는 분석의 깊이도 달라진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플짤” 들 역시 하나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창을 닫는 순간 바로 소멸해 버린다. 극단적으로 자극적이고, 또 극단적으로 수명이 짧다. 궁극적으로는 책이 가장 좋은 읽을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으며, 또한 가장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책만을 읽으며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24시간 단위로 쪼개지며, 때로는 그 안에서 다시 몇개의 작은 단위로 분쇄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연속적인 한편 불연속적인 단위들의 집합체이듯, 우리가 선택하고 읽어야 하는 매체들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2 thoughts on “Daily, Weekly, By-weekly, and Monthly

  1. NYRB 는 그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이네요. 저도 한 번 읽어볼 수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에휴…

    • 저도 영어 잘 못하는데 시간 오래 걸리더라도 그냥 읽어요. 한국어만큼 읽기 편한 언어는 평생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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