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Lagoon at Larimer Lounge, Denver

사실 오늘 공연인줄도 모르고 집에서 띵가 띵가 놀고 있다가 친구가 누구 차로 갈거냐고 물어봐서 그때서야 허겁지겁 준비하고 저녁도 대충 때우고 집을 나섰다. 친구네 집에서 덴버 공연장까지는 30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일요일이나 차가 막히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듯. 공연이 있었던 Larimer Lounge 는 덴버에 있는 venue 치고는 상당히 후지고 낡고 작다. 100명 남짓 들어갈까 말까한 크기에 무대라고 해도 네명이 서면 꽉 찰 정도의 작은 크기. 스피커도 후지고. 하지만 그만큼 뮤지션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듯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Youth Lagoon 은 지난해 내 페이보릿 앨범중 하나여서 덴버로 투어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를 꼬셔서 보러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다. 공연가는 길에 친구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달랑 앨범 한장 발표한 신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국 투어를 돈다는 건 상당한 수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고, 또 그 투어를 돈을 내고 보러 간다는 것 역시 대단히 큰 위험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것 같다. 예상대로 보이지 스테잇 출신의 이 젊은 뮤지션은 세팅에만 30분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고, 우리는 오프닝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거의 4,50분 정도를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그 후 무대에 올라와서 연주한 곡은 앨범에 있는 달랑 10곡이 전부. 그러니까 세팅 시간과 공연 시간이 거의 비슷했던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앵콜송으로 남겨 놓은 비장의 무기, 개인적인 페이보릿송 “17” 을 부르는 순간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 노래가 중간에 끊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국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는데, 공연이 시끄럽다고 주변 이웃이 신고를 했나보다. 결국 아카펠라(?) 떼창으로 얼떨결에 마무리짓고 뮤지션은 황급히 퇴장. Youth Lagoon 의 공연은 샌디에고 출신 Trevor Powers 의 원맨 밴드인데, 공연에는 기타를 대신 쳐주는 세션맨을 하나 대동하고 나와서 자신은 키보드와 신디사이저, 기타 엄청 많은 이펙터들을 대동한 기계들을 만지며 노래를 진행시켰다. 공연 준비 시간을 조금만 단축시키고 조금만 더 많은 노래들을 불렀더라면 (하다 못해 신곡도 하나도 없었다!) 꽤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공연이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차안에서 미처 다 듣지 못한 “17” 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돌아 왔다. 후렴구 가사는 지금 생각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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