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1


1. 내가 잘하는 것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따위인 것 같다. 동적이기 보다는 약간 더 정적인 것을 잘 하는 듯.

2. 내년 여름에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지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3. 이쯤되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에 나간다는 건 정말 그날을 즐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사회적인 현상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놓아 두고 싶다는 욕망에 이끌리기 때문이 아닌지 ㅋ

4.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건 그 대상중 일부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것 같다. 오해나 질투같은 감정은 배제하고서라도.

5. 내일은 무한도전과 풋볼 중계, 독서, 그리고 성탄 자정 미사로 보낼 생각이고, 성탄절은 K 를 새벽에 공항으로 바래다주고 잠깐 눈을 붙인 뒤 NBA 개막전 경기들을 보다가 책을 마저 읽을 생각이다. 26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학교로 출근해서 논문을 조금씩이나마 읽고 써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상태이고, 언제 하는지만 결정하면 된다. 이렇게 전적으로 의지에 달린 문제가 오히려 명쾌해서 더 좋다.

6.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면서 손글씨와 손편지의 매력을 다시금 깨달았다. (참고로 악필이다) 한동안 전자우편과 전자책, 모니터와 컴퓨터 따위에 경도되어 있었는데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여튼) 다시 아날로그적인 삶으로 조금씩 돌아가려고 한다. 신문도 종이 신문을 보고, 논문도 왠만하면 다시 프린트해서 읽고,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사서 읽을 것이다. 시간의 경중을 따지는 사무적인 일이 아니라 안부를 묻거나 감정을 전하는 일이라면 며칠이 걸리더라도 손편지를 써서 종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나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코를 가지고 있지만, 종이 편지에서 느껴지는 촉감과 획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같은 것은 잘 느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아 왔다. 우선 이메일 주소가 아닌 진짜 그 사람이 사는 곳의 주소를 다시 물어 보러 다녀야 겠다. 물론 전자 우편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_-

7. 보고 싶은 사람이 세명쯤 있다.

8. 그러고 보면 미국에 오고 난 후부터 크리스마스와 설날, 추석, 그리고 내 생일이 내 삶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대신 부활절과 11월 넷째 주, 그 사람의 생일과 5월 첫째 주가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9. 방학이 시작된 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다시 늦어지고 있다. 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겠다.

10.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언제쯤 한국으로 가는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볼 수 있을까. 진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4 thoughts on “memo1

    •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셨기를 바래 봅니다.

  1. 올해 개봉한 ‘set up’ 이라는 영화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아침을 먹으며 스포츠 신문을 읽는거지.’
    라고 해요.
    간단한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 토마토 쥬스, 오렌지 쥬스 정도를 놓고
    한 손에 신문을 들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어요.
    그리곤 스마트폰 따위로 경기의 승패를 보는 짓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죠.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해보았는데
    저는 아침을 먹을때 책을 보거나 랩탑을 켜두고 웹서핑을 하거나
    밀린 미드를 보거나 해요.
    이유야 어쨌건 책을 펼치는 날이 여유롭죠.
    아날로그라는건 사람의 여러 감각을 자극하며 즐거움을 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책장을 넘기며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연필로 글씨를 쓰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핸드밀로 원두를 갈으며 방 안 가득 퍼지는 커피향을 맡고.
    뭐 그런것들이요.
    원터치. 좋죠.
    근데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그게 더 좋은것 같아요.

    • 네. 말씀하신 그 오감 전체를 자극하는 풍성한 느낌이 좋아요. 눈으로 보는 것은 거의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또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전자 기기들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고, 양적인 질감을 느끼면서 읽는 책은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더 익숙하다, 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구요, 조금은 더 꽉 찬 느낌.. 이랄까요.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