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er Payne: The Descendants

알렌산더 페인의 <사이드웨이> 가 2004년 나왔을 때 이 영화는 그 해 최고의 영화였다. 그 영화 이후 그는 장편을 찍지 않았다. 2006년 <사랑해 파리> 의 한 꼭지를 연출했고 – 역시 열여덟 단편들중 피날레를 장식한 그의 단편이 최고였다 – , 2009년 텔레비전 드라마 <Hung> 을 연출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가 2011년 돌아왔다. 그것도 조지 클루니와 함께.

맷은 하와이에 사는, 딸 둘을 둔 평범한 아버지이다. 평범하지 않은 것을 굳이 찾으라면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 내려온 넓은 땅의 총 책임자가 되었다는 것과, 7년내에 땅을 매각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 정도. 그는 조상이 물려준 또다른 자산인 수많은 친척들과 함께 이 땅을 매각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가 사고를 당해서 코마 상태에 빠진다. 의사는 그에게 아내가 다시 살아날 가망이 없음을 알려 주고, 맷은 친척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보딩 스쿨에 재학중인 큰 딸을 만나러 간다.  학교에서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는 작은 딸 스카티처럼 큰 딸 알렉스도 사고 뭉치인건 마찬가지다. 아무튼 억지로 큰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맷은 알렉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코마에 빠지기 전 아내가 바람을 폈다는 것. 이웃 친구를 닥달해 바람을 핀 상대의 이름이 브라이언 스피어라는 단서 하나만을 알아낸 채, 이 불안해 보이는 세 가족은 바람을 핀 상대가 코마에 빠져 며칠내로 죽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 사실은 “그 자식”의 면상을 보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주기 위해 – 스피어라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여기에 시드라는 괴상한 알렉스의 친구가 동행한다.

이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내의 코마를 담담히 받아 들이려 애쓰는 중년의 남자는 사실 아내는 그와 이혼하기 위해 준비했었다는 것과 바람을 핀 상대가 하와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받아  들여야 한다. 말썽쟁이 두 딸과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 첫째 딸의 남자 친구까지 데리고 하와이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일종의 로드 무비다. 여기에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물려 내려온, 이제는 맷이 관리해야 하는 하와이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커다란 땅을 둘러싼 맷의 고민이 맞물려 돌아간다. 맷의 심정은 복잡하다. 제발 다시 깨어 나기만을 바라던 아내가 영원히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도 숨이 차 죽겠는데, 사실 그 아내는 바람을 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이혼을 요구할 예정이었다는 사실까지 함께 감당해 내야 한다. 여기에 이제부터 오롯이 자기 혼자 돌봐야 하는 일곱살 터울의 반항적인 두 딸은 또 어찌 할 것인가. 아빠가 해준 아침은 맛이 없다고 먹지 않고,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남자 친구를 데려와 여행에 동행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 한다. 친척들은 어서 빨리 땅을 팔자고 그를 재촉하는데 집안 곳곳에는 지난 백오십년동안 맷과 그의 친척들을 만들었던 수많은 조상들의 빛바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이 모든 감정들은 조지 클루니의 얼굴에 집중된다. 그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의 이곳 저곳을 모두 보듬느라 정신이 없다.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모든 등장 인물들은 그를 통해 대화하고 그에게 화를 내며 그의 품에서 울고 그를 믿고 그를 질투하며 그를 사랑한다. 조지 클루니는 그 모든 사람들을 자신 안에 끌여 들여 웃고 울게 만든다. 코마에 빠져 있는 아내에게 왜 바람을 폈냐고 욕을 퍼붓다가도 첫째 딸이 어머니에게 왜 아빠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냐며 욕을 하자 조금만 언어를 순화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딸에게 한번만 자신을 쳐다봐 달라고 애원하다가도 딸이 무심코 “풀장이 왜이렇게 지저분해요” 라고 던진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딸의 전화가 끝날 때까지 풀장 청소를 열심히 한다. 그는 배가 나와 잘 뛰지도 못할 정도로 뒤뚱거리지만,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유난히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그가 그런 인물을 연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머리는 항상 헝클어져 있고 수염은 덥수룩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두 딸에게 딸기로 만든 쉐이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의 얼굴 안에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거운 영화는 – 당연히 – 아니다.  하와이 민속 음악이 잔잔하지만 지속적으로 낮게 깔리는 가운데 영화는 아주 고른 숨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그 와중에 유머가 있다. 시드라는 알렉스의 남자친구는 아주 괴상한 방식으로 이 가족의 여행에 합류하고 맷과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지만, 결국 그가 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들여 지는 결정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매사가 이런 식이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를 결코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모두가 안쓰럽다. 알렉산더 페인이 대단한 감독인 이유는 그가 만드는 영화의 온도를 온돌방 수준으로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 모두에게 고루 따스한 손길을 건네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꽤 큼직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에서 “조상” 과 “후손”, 그리고 “그들이 딛고 서 있는 이 땅” 이라는 주제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다룬 적은 미처 경험하지 못했다. 하와이라는 아름다운 배경, 그 위에 잔잔히 깔리는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물들. 그들이 만들어 가는 드라마는 마지막에 꽤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감동을 선사하며 막을 내린다. (같이 보러간 친구는 펑펑 울더라)

나는 이 영화의 엔딩신을 올해 가장 인상적인 엔딩신으로 꼽고 싶다. 제목으로 대변되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이 롱테이크샷은 카메라의 흔들림이 전혀 없이 딱 한 곳만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곳에 이 영화가 간직하고 있는 무한한 아름다움이 있다. 여담인데 그러고 보면 조지 클루니는 “올해의 엔딩신” 을 만들어 낸 전례가 있다. 우선 <마이클 클레이튼> 이 생각난다.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서 지난 몇십년간의 인생을 짊어진 피곤함과 그 피곤함을 결국 이겨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 그 예술의 경지를 보았다. <The Descendants> 에서 그는 두명의 멋진 파트너와 함께 이에 못지 않은 엔딩신을 만들어 낸다. 꼭 보시길. 나는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를 신뢰한다. 매우 신뢰한다.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실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중 운좋게도 잘 만든 영화들만을 봐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여자 관객들이 조지 클루니를 보며 저런 아빠, 저런 남편을 갖고 싶다,라고 욕망한다면 남자 관객들은 첫째딸 알렉스로 분하는 Shailene Woodley 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991년생의 이 배우는 장담하건데 대단히 촉망받는 하이틴 스타가 되거나 꽤 괜찮은 커리어를 쌓아 가는 여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를 통해 충격적인 데뷔를 했듯이 (사실 데뷔는 그 이전이지만 영화팬들에게 각인된 건 그 영화부터였을 것이다) 이미 몇편의 하이틴 영화에 출연한 우들리의 진정한 필모그래피도 알렉산더 페인의 이 영화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말 이쁘다.

결론. 잊지 말자. 알렉산더 페인은 폴 토마스 앤더슨과 함께 일단 만들었다 하면 그해 최고의 미국 영화를 만드는 감독중 한명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2 thoughts on “Alexander Payne: The Descendants

  1. 우앗. 저도 이거 볼래요. 그런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일단 검색부터 해봐야겠어요. 사이드웨이도 일종의 로드무비였잖아요. 와인농장을 따라 여행하는. 아, 이것도 보고싶어요. 이 감독의 새 영화가 나왔구나. 좋아라.
    :)

    • 네 알렉산더 페인은 로드 무비를 좋아하는 듯 해요. 꼭 보세요. 꼭꼭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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