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back to “my” life

최근에 좀 정신없이 바빴다. 이번 학기에는 두 과목을 수강하는데, 한 과목에 대한 중간 고사를 봤고 다른 과목에서 제출해야 할 논문을 오늘까지 제출해야 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살이 되어서도 시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에 한탄하며 본 시험은 그럭 저럭. 나도 이제 늙었는지 짧은 시간에 암기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발휘해야 하는 시험에는 더이상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 생각보다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자비로운 교수님 덕택에 점수는 잘 나올 것 같다. 논문은 경제사 과목을 위한 거라 내 전공과는 상관없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썼다. 평소에 많이 생각해 오던 것이라고 해도 특정 학문 분야에서 요구하는 “언어” 의 “문법” 에 맞춰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데드라인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약간 당황했다. 그래서 급기야 오늘은 평소에 절대 하지 않는,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일곱시까지 학교에 가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아침에 특히 잠이 많은 편인데 일출을 보면서 학교에 가는 기분이 참 새롭더라. 지금까지 이 동네에 3년 넘게 살면서 볼더의 아침 햇살이 그렇게 강렬하고 이쁜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매우 부끄러웠다. (논문을 한번 올려 보려고 했는데 안 올라 가네요..;)

중간고사를 본 과목은 일종의 계량 경제학 이론 강의인데, 내가 통계나 계량과는 별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수학가지고 논다는 생각으로 듣고 있다. 경제사는 관심은 많지만 내 전공으로는 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학위를 받은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건드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주동안 내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에 초집중하며 보내다 보니 쓰다 잠시 멈추어 둔 내 논문이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관련 논문이 읽고 싶어 지기도 하고.. 사람 마음은 이래서 참 간사한 것 같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 때가 얼마전인 것 같은데 또 떨어져 있으니 그립고 그렇다. 마침 이번주 금요일에 UCSC 에서 내 전공 관련 대가 한분이 오셔서 세미나를 하신다. 나는 몇달전 다른 대가를 만나 홍역을 치룬 후로 (내 논문에 대한 조언을 좀 구하고자 찾아 갔으나 별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셔서 마음의 상처를 받음 -_-) 아무리 명성이 높은 대가가 학교를 찾아도 절대 개인적으로는 만나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내 지도 교수님이 친히 이메일을 보내셔서 “야, 너 꼭 만나야 하는 거 알지? 내가 알아서 약속 잡아 놨으니까 알아서 나와라.” 라고 하시길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만나야 할 것 같다. 결국 이번 다시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빠른 속도로 내 전공으로 돌아 오게 됐다. 전공으로 돌아간다는 게 뭐 딱히 큰 변화는 아니다. 수강하는 과목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쓰고 있는 논문을 마저 끝내고 관련 논문들을 꾸준히 읽는 것 정도다. 그래도 어쨌든,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국제 금융 시장이 미친 듯이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더이상 한발 물러난 어정쩡한 자세로 FT 나 읽으면서 리서치 아이디어만 수집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얼른 첫번째 논문 완성하고 교수님 보여 드린 후 두번째 논문으로 넘어 가고 싶다. 두번째 논문은 내년에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예정인 동기 형님과 공동 집필할 예정인데 (말이 공동 집필이지 사실상 나를 거두어 주시는 것이다. 경제 연구소에서 7년 이상 계시면서 그쪽 분야에서는 베테랑이 되신 후 미국으로 넘어 오신, 애기들이 셋이나 있는 40대 가장분..) 그 분은 거시 계량쪽이 전공이고 나는 거시 모델링이 주특기이니 둘이 힘을 합쳐 하나 쓰면 뭔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중이다.

그냥 요즘내 머릿속이 이런 상태다.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전날에 이미 계획이 꽉 차 버린다. 무슨 책을 먼저 읽어야 하지, 뭘 어떻게 써야 하지, 자료는 어디서 구할까, 누구를 만나서 자문을 구할까, 학생들은 언제 찾아온다고 했지, 수업 준비는 제대로 했나, 등등등. 이런 상태에서 대체 다른 무엇이 머리에 들어 올까.  그러니까 연애 관련 이슈는 완전히 잦아들었다는 말입니다. 며칠 지내본 결과 내가 아직 연애같은 즐겁고 행복하며 달콤하고 기쁜, 뭐 그런 수식어들이 어울리는 행위를 할만한 정신 상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딱히 여자를 만나서 손을 잡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아오 저 입술! 하면서 수작을 걸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 상대방이 매력적이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다. 친구들 말로는 경제학과 대학원생 중 최고 미모라는데 (하지만, 음.. ) 지금 내 머릿속에서 최고 매력적인 사람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 뭐 이런 상황.. 그러니까 대학원 생활 절대 오래 하면 안된다는 짧고도 굵은 결론이 하나 더 나온다. 얼른 학위받고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정상적으로 출퇴근도 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 퇴근하고 술도 한잔 먹을 수 있고, 주말에는 일 생각 안하고 막 티비 보면서 쉴 수도 있는 그런 생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영원히 집-학교-집-학교를 반복하며 살아갈 것만 같은 안좋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만은 없기에 가끔 딴 짓도 한다. 오늘은 “NEW GIRL” 이라는 FOX 에서 하는 코미디를 봤는데 꽤 재밌었다. 그 유명한, 인디 힙스터들의 여신, 주이 드샤넬이 직접 프로듀싱과 주제가 작곡까지 참여한, 드샤넬이 만드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센스가 있는 편인 듯. 되게 이쁘고 매력적인데 엄청 주책맞은 귀엽고 재밌는 아가씨 베스가 남자 세명과 한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자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마치 나와 내 오피스 메이트 두명이 나누는 대화와 너무 흡사해서 -_- 그 점도 마음에 들고, 드샤넬이 직접 선곡한다는 배경 음악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나는 눈 큰 여자가 하는 뱅 헤어가 너무 좋은 거다.

그 외.. “Community” 는 세번째 시즌에 오면서 힘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별로.  “Person of Interest” 는 놀란이 만드는 CBS 드라마인데 (감독 말고 작가 동생..) 놀란식의 스릴러를 잘 버무린 느낌이라 가끔 본다. “Pan Am” 은 60년대 스튜어디스들 이야기인데 오랜만에 크리스티나 리치를 봐서 반가운 마음에 가끔 본다. “하이킥” 은 마음먹고 실기간으로 따라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안되어서 그냥 보지 않고 있다. “무한 도전” 은 꾸준히 보고 있는데, 예전보다 재미는 확실히 덜해 졌는데 그냥 애정과 감사함으로 무던히 보고 있다.

돈이 없어서 다른 소비 생활은 못하고 있다. 밥먹기도 벅찬데 무슨 사치를 할쏘냐.

4 thoughts on “coming back to “my” life

    • 아 ABC 에서 하는 그 복수극 말씀하시는 거죠? 여자 주인공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가 아니라 40분짜리 드라마를 몇개씩 챙겨볼 정도의 여유가 아직 안되는 것 같습니다 ㅋ 첫회에 누가 죽어서 바닷가에서 질질 끌려가는 것만 봤어요.. ;

    • 막 안달나고 그러지 않나요,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전 상대방 입술이 달싹달싹 움직이는 거 보면 막 미치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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