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sions in the Sky at Fillmore

http://youtu.be/dzOjX-GrapI

9월 13일에 explosions in the sky 공연을 갔었다. 덴버의 필모어 오디토리움에서 있었고, 오랜만에 K 와 함께 갔다. explosions in the sky 는 내가 최초로 외국에서 관람한 공연의 주인공이었다. 2008년 2월, 대학원 준비를 모두 마친 뒤 갔던 유럽 여행. 런던에 도착한 첫날 진욱이를 만나 그를 끌고 무작정 시내 한복판에 있는 허름한 공연장으로 갔다. (사실은 약간 다르다. 나는 영어도 못했고 길도 몰라서 진욱이가사실상 나를 끌고 다녔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공연을 함께 봤다. 당시 그곳에서 본 아주 앳되어 보이는 동양인 소년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공연장 문이 열기 전 문 바로 앞에서부터 기다리기 시작해서 공연장내 무대 바로 앞에서 한치의 두려움이나 눈치보는 것 없이 흠뻑 공연을 즐기던 그 젊은 동양인 친구의 똘망 똘망한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당시 공연에 대한 포스팅도 블로그 어딘가에 있을텐데 찾지 못하겠다. 검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튼, explosions in the sky 는 텍사스 오스틴 출신의 포스트락/익스페리멘탈 그룹이고, 실제 공연은 기타 세션 한명이  더 도와주었다. 필모어 오디토리움이 전문 실내 공연장 중에서는 덴버에서 가장 크긴 한데 절반 조금 넘게 관중들로 채워졌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이 한산했고, 공연장 열기도 그리 크게 뜨겁지는 않았다. 하긴 이들의 음악 자체가 일반 록음악 공연처럼 “락킹” 하게 몸을 흔들 수 있는 순간도 그리 많지 않고 그저 멍하니 노이즈의 홍수를 온몸으로 느끼는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연장의 열기 자체는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기는 하다. 그래도 매진이 되지 않았다니 약간 놀랍긴 했다. 조금 더 작은 공연장, 예를 들어 Ogden 이나 Bluebird 같은 곳을 잡았다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생각해 보면 넓게 확 트인 공간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뭐 그리 크게 나쁘진 않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정적인 기타 선율과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노이즈가 묘하게 겹치면서 발산하는 매력이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다. 보컬이 없고 기타 두대와 베이스 하나, 드럼 하나로 거의 모든 사운드스케잎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앨범보다 훨씬 긴 시간의 공연 내내 집중하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이들 공연의 특징은 노래와 노래 사이를 끊지 않고 계속 사운드를 이어 간다는 것이다. 중간 멘트도 없고 음악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관중들은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낼 타이밍조차 잡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은 약 한시간 반만에 일찍 끝났다. 한시간 반이라고 해도 이들의 곡들 기준으로 최소한 열다섯곡은 연주한 것 같은데, 이들 음악에서 각각의 곡이 갖는 에너지의 양을 생각한다면 결코 적거나 소홀한 공연 구성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 물론 앵콜도 없었다.

런던에서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기에 이들의 공연은 조금은 더 개인적인 이유로 기다려 왔던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와 함께 공연을 즐긴다는 것도 물론 좋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저 멍하니 이들의 공연을 바라보며 그때 런던의 차가웠던 밤공기와 공연뒤 먹었던 이상한(?) 정크 푸드의 맛을 떠올리는 일 역시 내 개인적으로는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조만간 다시 덴버를 찾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이들은 홀연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이들의 최신 앨범 <Take care, take care, take care> 의 문구가 새겨진 와인색 티셔츠인데 지금 생각해도 잘 산것 같다. 뿌듯하다.

위에 건 링크는 이들의 3집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Your hand in mine” 의 그날 연주 실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들의 노래는 가사가 없기 때문에 노래 제목이 감상의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너의 손을 잡은 내손. 혹은 나의 손을 잡은 너의 손. 그 생각만을 하며 이 곡을 들었다.

2 thoughts on “Explosions in the Sky at Fillmore

  1. 흐흐흑~
    오랫만에 왔더니 또 왕부러움만 하나가득 ㅠ.ㅜ
    요새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이 친구들 음반들이지요..
    저도 Your hand in mine 노래제목 보면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의미가 퇴색될 거 같이 참 아름답단 생각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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