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에 대한 세가지 이론, and more..

공부하기 싫어서 내 가까운 친구들이 제시한 연애, 혹은 결혼에 대한 세가지 이론을 소개한다. 이들 이론들의 특징은 모두 계급주의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각자 계급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역주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이 이론들은 동성애자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배제하고 있다.

1. 키와 매력, 학력의 상관관계 – 여자친구 S 의 주장

대학교 1학년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꺄악) 에 제시된 이론이다. S 는 한국에서 남자는 키가 클수록 매력이 증가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력이라는 함수의 종속 변수를 결정짓는 또다른 독립 변수로 학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학력이 높을 수록 남자는 능력이 높은 것처럼 보이며, 이것이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력과 키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그녀는 키가 10cm 클수록 학력 하나를 상쇄한다고 가정했다. 즉 170cm 의 대졸 남성과 180cm 의 고졸 남성은 – ceteris paribus – 동등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어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키를 늘이고 가방끈도 길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키가 작다면 학교를 더 다녀야 한다. S 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사귄 동갑내기 남성과 재작년 결혼했다. 남편되는 분은 키도 크고 학벌도 괜찮고 벌이도 괜찮다.

2. distorted market and miss-match theory – 남자친구 J 의 주장

J는 약 5년전 남자와 여자의 등급을 A, B, C 세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등급이 상대 성의 어떤 등급에  매치되는지를 연구했고 이를 친구들에게 발표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보다 한단계 높은 등급의 남자와 매치되기를 바란다. 즉 B 등급의 여자는 A 등급의 남자와 매치되기를 희망한다. 반면 남자는 자신과 반드시 동등한 등급의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J 가 설정한 등급 기준은 학력과 수입, 외모와 배경등이다. J 의 이론에 따르면 B 등급의 여자는 A 등급의 남자와, C 등급의 여자는 B 등급의 남자와 매치된다. 그렇다면 시장에 남는 등급은 A 등급의 여자와 C 등급의 남자다. J 는 자신의 이론이 현재 한국에서 양산되고 있는 소위 골드 미스라고 불리워 지는 능력은 뛰어난 노처녀들과 능력없는 노총각들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 는 현재 – 그의 등급 기준에 따르면 – A 등급의 여자와 연애중이다.

적어 놓고 보니까 인간도 “1등급 한우” 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3.  왜 시장에는 괜찮은 남자가 없는가 – 남자친구 H 의 주장

지난 여름 H 는 30대 전후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이성을 만나게 되는 연애 시장에서 “괜찮은 남자” 가 “괜찮은 여자” 에 비해 그 개체수가 현격하게 낮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친구들에게 알렸다. H 는 당시 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demander 이자 supplier 였는데, H 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데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꽤 괜찮은 남자는 다 짝이 있더라” 라는 말은 엄연한 사실이었고, 이태원과 홍대의 클럽 등지에서 “꽤 괜찮은 남자” 는 “정말 괜찮은 여자들” 에게 둘러 싸여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비슷한 나이대의 – 매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의 – 여자들은 자신들의 선호 기준을 충족하는 남자를 만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남자들은 “이미” 다 임자를 만나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괜찮은 남자는 다 유부남이더라” 라는 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남아 있는 여성의 “퀄리티” 가 남성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은 비대칭적 상황이 빚어지게 되고, 여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속 시장에 남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H 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즉 여자는 남자에 비해 이 시장을 먼저 경험하고 여성 특유의 직감과 생존 능력으로 괜찮은 남자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더 빠르게 습득한다는 것이다. H 는 현재 시장의 진입과 퇴출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이 시장의 특수성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 와 H 의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추론해 낼 수 있는 사실은 한국에서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우는 나이가 점점 상승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40세 이후로 임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한다고 가정할 때 결혼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임신 가능성은 감소한다. 즉 젊은 인구는 적게 공급되고 과학의 발달로 인해 증가하는 인간의 평균 수명은 경제활동 인구가 부양해야 할 은퇴한 비경제 활동 인구 비중을 높게 만든다. 고령화 사회의 주된 이유로 증가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한 가정이 맞벌이를 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는 빈약한 사회 구조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여기서 해묵은 논쟁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여성이 가정을 지키면서 더 많은 출산을 통해 미래의 노동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 그 자체가 하나의 잠재적인 노동력이므로 이를 사회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의 대립. 전자는 성차별적인 생각이 아니다. 오직 여성만이 임심할 수 있고 10개월 + /alpha 의 기간을 출산과 출산후 회복에 쏟을 수 밖에 없는 생물학적 특수성에 기반한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장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약간의 수정만 가하면 이 두가지 의견은 대립이 아닌 하나의 통합적 결론으로 수렴할 수 있는데, 바로 국가가 공공서비스를 통해 이 두가지 주장을 모두 보조해 주는 것이다. 만약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을 잘 디자인한다면, 여성의 노동력을 시장에 계속 공급함과 동시에 임신율과 출산율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여성의 임신/출산 휴가를 충분히 보장해 주고 이후 복직 보장과 근무간에 있어 불이익을 최대한 방지해 주는 것, 그리고 출산 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무상 보육을 실시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교육열이 평등한 수준의 보육 시스템을 침해할 소지는 다분하나, 먹고 사는 것이 당장 급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공짜로 자신들의 자녀들을 돌봐 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최소한 친정과 시댁 부모들이 아기 하나때문에 절쩔 매며 노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무상 보육 문제가 흔히 말하는 실버 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싶다. 지금 비경제 활동 인구로 잡히는 은퇴한 노인들은 손자 손녀들을 돌보며 사실상 무상으로 그들의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건 GDP 에도 잡히지 않는 일종의 지하경제다. 국가가 만약 공공 보육 시스템을 크게 활성화해서 이렇게 음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면? 내 새끼는 꼭 내 핏줄에게 맡겨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갖고 있지 않다면 충분히 거시 경제적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부상 보육 시스템의 질적인 측면 역시 중요할 거라는 얘기다.

아무튼 지금 한국의 “노총각 노처녀 양산” 과정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경제학자로는 “dismal economics” 의 창시자인 Malthus 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저서 <인구론> 의 내용은 간단하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생산력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니 인류는 결국 멸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통제하기 위한 “check” 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질병과 기아, 전쟁등에 의해 death rate 을 통제하는 “positive check” 과 결혼 연령대와 결혼 가능성을 통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birth rate 을 통제하는 “preventive check” 이 그것이다.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난 맬서스는 사람이 최대한 많이 죽고 적게 태어나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생명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결과적으로 틀렸다. 과학 기술이 인구 증가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질문은 멜서스가 주장했던 preventive check 이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다. 또한 이에 덧붙여 만약 그것이 일어나고 있다면 대체 왜, 라는 질문도 가져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답은 예스, 그리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결국 국가에서 나서서 이 check 을 제거해 줘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에서는 이걸 효과적으로 컨트롤하고 있지 못하므로. 흔히 말하는 시장 실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갖지 않으면 한나라에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굳이 Solow 의 경제 성장 이론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인구 증가율이 한나라의 경제 성장율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직관적으로 헤아릴 수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가적 임신율 억제 과정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을 것이다.

1. 거시정책: 굳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든다. 즉 최저 임금 상승 및 보장, 물가 안정, 이자율 안정 등. (여기서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느니 하는 불멘 소리를 기업쪽에서 한다면.. 엿먹어라)

2. 미시정책: 맞벌이를 하면서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즉 무상 보육 시스템 강화,  고용 안정 보장등.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노동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무상 급식 대결을 보면서 사실 이게 제일 급한 문제는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아기들에게 맞히는 주사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엄하게 명품 수입 유모차에 매기는 관세를 낮추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건 정신나간 엄마들이나 하는 짓이고. 아기들을 최소한 사회에 성공적이고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국가가 기본적인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해 주라는 것이다. 애기들 주사 공짜로 맞힐 수 있게 해주고, 기저귀값이나 분유값 보조해 주고,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정부에서 운영하는 뭐 그런 것들. 초등학교에만 무사히 들여 보내면 그 다음부터는 또 다른 문제다. 그 전까지의 과정에서 엄마 아빠들이 힘 쏙 빼고 등골 휘지 않게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확대하면 되는 것이다.

어제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유학생 형님 한분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그 양반은 자신의 첫째 딸내미를 대학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이 유치원의 설립 목적이 일종의 학문적 연구에 있다는 것이다. 즉 굳이 뒤르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발달 심리학이나 뉴로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유아의 성장 과정은 굉장히 중요한 관찰 대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이 유치원이 미국의 여타 유치원들과 다른 점은, 아이들이 울면 안아 준다는 것. 나도 어제 처음 알았는데 미국의 유치원은 아이가 울어도 안아 주지 않는단다. 아무튼, 정부에서 각 대학의 관련 학과에게 적정 수준의 연구 지원을 하고 대학들은 부설 유치원을 개설해 아이들을 돌봐 주면서 동시에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면, 대학은 지역 사회에 공헌하면서 연구도 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 정부는 간접적으로 질적 수준이 높은 보육 시설을 개설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니 공공 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를 해결, 엄마 아빠들은 저렴한 가격에 질이 높은 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이쪽도 좋고. 모두가 좋아질 수 있는 하나의 예일 뿐이지만 방법은 찾아보면 훨씬 다양할 것이다. 재원 마련? 사대강 안하면 된다. 끗.

6 thoughts on “남녀 관계에 대한 세가지 이론, and more..

  1. “인간도 “1등급 한우” 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헉. 하지만 엄격하게 생각해보자면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는거죠?
    요즘 아는 사람들의 결혼소식에 까칠/우울해져있었는데 재미있게 읽고가요.

    • 아직 젊으시잖아요! 너무 많이 고민하시는 건 아닌지.. 저도 사실 이제 슬슬 나이가 차오르는데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제가 자리를 잡으면 결혼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는 믿음같은 것이 생긴 것 같아요.

  2. 제 앞가람부터가 먼저인듯 합니다..호요..

    여기서도 여전히 키가 나오는군요..으악……..키 작은 저는 암울해지는군요…^^…솔직히 보면 요새 하도 멋지고 능력 좋은 남자도 많고, 이와 비슷한 여자들도 많은 것을 보면..참..저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극단적 표현으로 말하면 겉절이라고 해야 할까요..? ^^;;; 에잇 퉤…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ㅎㅎ….ㅜㅜ…

    ps : 뭐, 사촌형 누님들 결혼하는 거 보면, 사메님 말씀처럼 ‘마음’만 먹으면 하는 것 같기도 같은데…으악…머리가 터질것 같아요..눈 앞에 닥친 것부터 일단 해결해야 하고, 결혼은 나중이니..

    •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을 몇가지 기준만으로 줄세우는 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죠.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미루게 되는 것,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이야기인데요, 요즘 드는 생각은 결혼이 꼭 다른 것들과 상충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자꾸 결혼을 미루다가는 정말 노총각될 것도 같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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