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et Foxes at Fillmore, Denver.

Fleet Foxes 는 현존하는 뮤지션들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다. 그들이 만든 거의 모든 곡들을 ‘지지’ 하고 그것에 ‘동의’ 한다. 플릿 폭시스의 Robin Pecknold 는 Arcade Fire 의 Win Butler, Bon Iver 의 Justin Vernon 등과 함께 현재 영미 인디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범위를 영미 음악씬 전체로 확장시켜 봐도 칸예 웨스트나 레이디 가가등 적은 수의 아티스트만이 이 목록에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들은 씬의 페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프런티어라는 점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시대의 음악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들 중 오직 플릿 폭시스만이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추종 세력’ 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하지 못하는, 어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때문은 아닌지 오버해서 짐작해 볼 따름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총 세번의 투어를 가졌다. 첫번째 투어는 EP <Sun Giant> 를 내놓은 직후 투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  두번째 투어는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내놓은 후 진행됐고, 나는 운좋게 덴버 외곽의 한 허름하고 작은 공연장에서 열린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이들은 가지고 있는 곡들의 수가 많지 않아 모든 자작곡들을 전부 불러야 했고, 앵콜송이 남아 있지 않아 본 공연때 불렀던 곡을 다시 불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한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만에 끝이 났는데, 당시 그들의 공연은 지금까지도 내가 미국에서 본 공연들중 Wilco 의 야외 공연과 함께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거의 신인에 가까웠던 이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는데, 당시 다섯명으로 구성된 밴드 멤버 전원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환상적이었고 연주 수준도 대단히 뛰어났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앨범 <Helplessness Blues> 를 발표하고 전국구 스타가 된 후 세번째 투어를 돌기 시작했고, 다시 덴버에 왔다. 덴버에서의 처음 두 공연이 굉장히 작은 규모로 치뤄졌던 것이 비해 (또한 내가 직접 가서 본 공연은 – 그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 상당히 한산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그들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스포츠 경기장과 야외 공연장을 제외한 실내 전문 음악 공연장으로는 덴버 시내에서 최대 규모인 Fillmore 에서 치뤄졌고 티켓 가격도 두배 이상 뛰었다. 공연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고 한여름 실내 공연장은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후덥지근하기 까지 했다. 나와 내 친구는 “네시간동안 서서 공연을 지켜 본 뒤에 겪게 될 등쪽에서 오는 통증” 을 두려워 하며 첫번째 오프닝 밴드의 공연을 건너 뛰었고, 약 한시간동안 진행된 두번째 오프닝 밴드 Adela Diane 의 공연을 지켜 봤다. 상대적으로 짧은 준비 시간을 거친 후 플릿 폭시스의 멤버가 무대에 올라 왔고, (역시 예상대로) 1집과 2집의 거의 모든 곡들을 연주하며 약 두시간여의 공연을 진행했다.

보컬리스트이자 밴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로빈 펙놀드는 몸이 굉장히 아파 보였다. 링크를 건 어제의 이 라이브영상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그는 때때로 음을 놓쳤고, 고음이 올라가지 않았으며, 가끔은 보컬 라인을 베이시스트에게 미루고 노래를 포기하기 까지 했다. 공연은 몇차례 중단되었고, 펙놀드는 한 곡이 끝나기 무섭게 더운 물을 들이키며 컨디션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목소리가 늘어지는 바람에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파트까지 흔들렸고 막귀인 나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리듬이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다. 공연 중간 펙놀드는 자신이 어제 굉장히 아팠다고 유례없는 사과를 했다. 이처럼 위태위태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공연은 중반 이후 비장미마저 흐르기 시작했는데, 다른 멤버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흔히 말하는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을 지켜보는 관중들도 더 크고 열성적으로 반응을 보내며 그들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공연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웃었으며,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플릿 폭시스는 흔히 뛰어난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는 밴드로 알려져 있다. 헤드폰을 끼고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중세 고즈넉한 유럽의 시골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들의 공력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진가는 공연장에서 발휘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사실 2집을 듣고 꽤 오랫동안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왜?” 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해야 했다. 이들은 2집에서 확실히 울림의 폭과 깊이를 포기하고 음악의 ‘두께’ 와 ‘힘’ 을 택한 것으로 보였는데, 왜 그래야만 했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해답을 공연장에서 찾은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소름이 돋는 전율” 을 끊임없이 받게 되는 것이 플릿 폭시스 공연의 특징인데 (“Tiger Mountain Peasant Song” 이나 “White Winter Hymnal” 을 라이브로 듣는 상상을 해보시라..)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1집에서와 같은 하모니에서 느껴지는 전율이 아니라 우직하게 밀어 붙이는 로크론 본류의 힘에서 느껴지는 전율을 발견할 수 있었다. 1집과 2집 사이에 있는 변화의 본질을 공연장에서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달까.

이들은 앵콜도 힘겹게 두곡만을 겨우 마치고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장을 나온 시간은 채 밤 열한시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 가장 이른 시간에 끝난 공연이 아닌가 싶다. 입장 시간도 여덟시가 아닌 일곱시였고. 아무튼 후회는 없다. 아주 좋은 공연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커리어를 쌓게 될 한 재능 충만한 밴드의 투어 공연을 벌써 두번이나 봤다는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6 thoughts on “Fleet Foxes at Fillmore, Denver.

    • 죄송합니다.. ^^; 한국에서도 공연을 꼭 했으면 하는 밴드중 하나죠..

  1. 아..님의 글에서 그들의 음악 라이브를 상상해 봅니다.
    아..저도 죽기전 그들의 라이브를 보려면 빨리 한국에 그들의 음악을 두루두루 알리고 다니는 수밖에 없겠군요. 컨디션과 상관없이 그들의 진정성있는 연주에 더 감동의 도가니셨을 듯..ㅜ.ㅡ

    • 전 한국 음악 시장을 믿어요. 아마 이들이 은퇴하기 전에 한번은 한국에 갈겁니다. 그때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라구요 :)

  2. 아…오랫만에 왔다가 눈물이…ㅠㅠㅠㅠㅠㅠ
    에잇!! 부러우면 지는겁니다..라지만…저도 라이브를 상상해봅니다…
    왠지 상상만으로 두근거리고…흑흑;;
    그리고 글을 읽다보니…공영장을 상상하게 되고 어떤느낌일지 공상까지 하게 되네요…헐헐;;
    오랫만에 왔는데 jongheuk님 블로그에 눈이 휘둥그레해지면서 보고 있어요!!!..
    쭈욱~돌아보고 가겠습니다!!히히

    • 오랜만이라 더 반가워요. 편찮으신 것은 좀 괜찮아 지셨는지 걱정도 많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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