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 Bon Iver

음악이나 학문이나 비슷한 점이 한가지 있다면, 그 것은 어떤 경지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일종의 특징같은 것이다. 즉 uniqueness 와 creativity, contribution to the body, 그리고 leading to the new frontier 같은 것들말이다. 이런 것들이 잔뜩 담겨져 있는 음악, 혹은 논문이나 책을 접하게 되면 일종의 흥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심장이 뛰고 입에서는 탄성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가벼운 흥분상태는 늘 즐겁고 기쁘다. Bon Iver 의 새 앨범은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 가운데 보석과도 같은 ‘발견’ 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앨범이다.

Bon Iver, 혹은 Justin Vernon 에게 장소, location, 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는 위스컨신의 작은 도시 Eau Claire 라는 곳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다. 대학도 그 곳에 있는 위스컨신 대학교 캠퍼스를 나왔는데, 그가 유일하게 그곳을 벗어나 있던 때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이 만든 음악을 가지고 노스 캐롤라이나의 Raleigh 로 떠났을 때이다. 그 곳에서 그는 도박과 술에 찌든 생활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그의 첫번째 음악 여정은 아버지가 살던 작은 오두막집에서 두번째 여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아버지를 도와 나무를 베어 나르는 일따위를 하며 소일했고, 그곳에서 탄생한 음악들이 그의 첫번째 앨범 <For Emma, Forever Ago> 에 실리게 된다. 첫번째 앨범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고, 그는 여전히 Eau Claire 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그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바로 Kanye West 의 초대를 받아 하와이로 날라간 것이다. West 는 그의 새앨범 작업에 Vernon 을 초대했고, 자신의 고향과 완전히 다른 화려한 세계가 가득한 그곳에서 Vernon 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었던 것 같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West 와의 공동작업 이후 위스컨신으로 돌아와 완성한 두번째 앨범, <Bon Iver, Bon Iver> 에서 느껴지는 변화의 폭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2009년 즈음 Bon Iver 의 공연을 학교 앞의 작은 공연장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멤버는 Vernon 을 포함해 단 세명이었고, 2m 가까운 거구였던 Vernon 은 통기타와 일렉기타를 번갈아 잡으며 단촐한 구성의 조용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음악은 아주 드라이하지만, 결코 차갑지 않은 야릇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그 공기가 공연장 전체로 퍼짐을 느낄 수 있었다. 2011년 다시 만난 Bon Iver 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이제 족히 열명은 됨직한 밴드 멤버들을 이끌고 공연을 한다. 포크 음악의 단순한 악기 구성에서 벗어나 드럼만 무려 두개, 각종 관악기와 현악기까지 동원한 화려한 구성을 선보인다. 단순히 이런 형식적인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Bon Iver 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이 앨범이  “needing love” 가 아닌 “finding love” 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마치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그런 이야기” 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이 앨범에 실린 열곡의 가사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그의 목소리는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뭉뚱그려져 있다. West 에게 배운 것 같은 오토튠과 보코더같은 이펙트가 잔뜩 걸린 그의 목소리는 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어려운 고어들을 전달한다.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곡의 제목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충분히 헤아려 봄직하다. “Perth”, “Minnesota, Wi”, “Calgary”, “Hinnom, Tx” 등 지명에서 유래한 제목들에서 여전히 Vernon 에게 장소가 주는 의미의 각별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위스컨신에는 Minnesota 라는 지명이 없고 (그의 누이가 미네소타로 이사갔을 뿐이다) 텍사스에도 Hinnom 이라는 지명이 없다는 것이다. (Hinnom 은 버지니아에 있다) 일평생을 한 곳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지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 앨범이다.

일렉 기타의 적극적인 사용, 리드미컬한 편곡, 이펙트가 걸린 보컬, 관악기의 참여등은 Bon Iver 가 확장하고자 하는 세로운 사운드스케잎을 실현시켜 주는 도구들이다. 아마 여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을 것 같다. 기존의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이랄까, 그런 것도 반드시 있을 것이고. 나는 좋게 보는 쪽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정말 죽여주기 때문이다. 첫곡 “Perth” 에서 부터 휘몰아 치는 드럼과 기타, 관악기의 앙상블은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고, 매 곡마다 조금씩 흩트린 사랑에 대한 파편들은 마지막곡 “Beth/rest” 에서 하나로 합쳐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 숨쉬는 소리조차 아까울 정도로 집중하게 만드는 괴력을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으로 아마 Bon Iver 는 그 누구의 레퍼런스도 필요치 않은 존재로 거듭난 것 같다. 이건 그냥 “Bon Iver 의 음악” 일 뿐이지, 다른 누군가의 영향으로 탄생한, 등등의 중얼거림은 더이상 소용이 없어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었고, 그래서 이 앨범은 “정말 좋은 follow up” 이라는 평가조차 인색하게 느껴진다.

8 thoughts on “Bon Iver: Bon Iver

  1. imaginary geography군여, bon iver가 창출해낸 세상이란.. ㅋ
    amazon에서 트랙 샘플들만 들었어요.
    이사가고 좀 정리된 후에 구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ㅋㅋ

    • 꼭 사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저에게는 거의 올해의 앨범 수준이라..

  2. 저는 이 밴드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고 솔직히 어떤 음악을 하고싶어하는것인지도 어떤 메세지를 전해주려고 하는지도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계속 듣고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있는데 들을 때는 뭔가 영적인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그런 무중력 같은 기분이 드는것같은 그 이유만으로 듣고있습니다. 집중할수 없을것 같은 데도 들을때에는 집중하고 계속 듣고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금은 의문이 풀렸어요.

    • 안녕하세요. 음악 너무 좋죠. 저도 계속 듣게 되네요.

  3. “마치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해서 든 생각인데 예를 들면 는 텍사스 출신의 친구의 영역에 속했던 Hinnom 출신의 여자와의 관계에 관한 것인 아닐런지… 아, 좋은 글 읽고 괜히 뻘소리를… ^^;;; 암튼 저도 아주 마음에 드는 좋은 앨범이네요.

    • 아.. 그런 식의 유추를 해볼수도 있겠네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이버의 노래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웅얼거리다가 결정적인 한두마디를 툭 뱉는 듯 던질때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

  4. 슬프게도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곳이 없네요.
    왜 온라인 음악 사이트엔 아직까지도 등록이 안되어 있는걸까요.

    어제 Birdy라는 가수가 Bon Iver의 Skinny love를 커버한 것을 듣고 원곡을 찾아보다 알게 된 가수인데, 정말 목소리에 호소력이 있더군요. 좋은 가수인 것 같아요. 얼른 한국에서도 그의 2집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음악 사이트에서 정보를 제공하기로는 Bon Iver가 밴드가 아닌 솔로라 나오더군요.;;; 그래서 당연히 Bon Iver가 보컬의 본명이라 생각했다가 곡의 Skinny love 의 작사 작곡가를 찾아보다보니 Justin Vernon 의 존재를 알았네요.
    Bon Iver는 밴드의 이름인가요, 아니면 Vernon의 예명인가요??

    • 어머, 말도 안되는.. -_- 얼른 한국에도 풀렸으면 좋겠어요. 1집 녹음 당시 저스틴 버논 혼자 홈레코딩 방식으로 작업했고 그 결과물을 본 이베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당시는 원맨 프로젝트 성향이 강했어요. 근데 2집에서는 본격적으로 밴드 구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멤버들과 투어로 인한 수익금도 공평하게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본 이베르라는 이름이 조금은 더 확장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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