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코베인: Murder’s High

붕가붕가 레코드에 소속되어 있는 눈뜨고 코베인의 3집이다. 붕가붕가 레코드 소속 뮤지션들은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아마츄어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산울림과 송창식등 7,80년대 한국 음악에 대한 오마주라는 일종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과거를 그대로 배끼는 행위는 현재 영미팝의 조류를 실시간으로 배끼는 아이돌 음악에 비교우위를 가질 구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이브 실력마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몇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붕가붕가 레코드 센세이션은 거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기 의식은 아마도 이 집단 내부에서도 감지되었을 것이고, 그게 장기하의 트위터 금주 선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지금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고, 장기하는 여전히 가사로 승부하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를 낸 쪽은 오히려 9와 숫자들이었다. 이들은 메시지 전달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복고적 취향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눈뜨고 코베인의 3집은 아마도 이쪽 집단의 또다른 성과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눈뜨고 코베인의 음악은 장기하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장기하는 어둡고 부조리한 현실을 노래하지만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눈뜨고 코베인은 밝은 듯 보이는 가사속에 잔뜩 뒤틀린 자아의 어두운 면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장기하는 과거 한국 그룹사운드의 음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만, 눈뜨고 코베인은 그 위에서 다양한 변화, variation 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그배는 내일 침몰할 거예요” 나 “뭐뭐뭐뭐” 같은 곡에서 노골적으로 산울림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드러내지만,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건 꽤 탄탄하고 치밀한 편곡때문일 것이다. 앨범의 주제는 살인과 죄의식인 듯 하다. 언뜻 들으면 위악적으로 들리기도 하는 깜악귀의 가사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조리하고 뒤틀린 자의식을 펼쳐 보이는데 이게 음악의 묘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앨범은 또한 키보드와 기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형 수술을 할래” 와 “하나 둘 셋 넷” 은 그래서 매우 인상적인 트랙이다. 곡이 주는 메시지와 곡의 구성, 사운드스케잎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아침이 오면” 이지만, 거의 모든 곡이 떨어지는 구석 없이 괜찮게 들린다.

2 thoughts on “눈뜨고 코베인: Murder’s High

  1. 오늘 더네셔널 검색하다가 어찌어찌하여 들어오게 되었네요.. 으흑… 머더스 하이 저도 너무 좋아해서 그냥 댓글 남기고 가요.. ;) 저는 그 배는 내일 침몰할 거에요랑.. 제발 그 발좀? 인가? 오른발 왼발 하던 곡..ㅋㅋㅋ

    • 좋죠 이 앨범 ^^ 다른 무엇보다 이 밴드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혹은 정체성을 잘 유지하는 것 같아서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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