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시험에는 익숙하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준비한 만큼 쓰거나 말하는 것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이상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행위다. 그래서 시험을 앞두고 긴장해 있는 마음을 달래는 방법에도 점점 요령이 붙는다. 떨릴 것을 알고 있고, 언제 떨릴 것인지도 알고 있고, 어떻게 떨릴 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올지 미리 알고 있다면 두려움은 많이 줄어든다. 가슴이 쫄깃해 지는 현상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시간의 흐름에 도움을 청하며 자연스럽게 흘려 보낼 수는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체득한 것중 하나다. 익숙하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긴장감일 따름이다.

하지만 공부나 일과 관련되지 않은 떨림에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특히 사람과 관련된 감정상의 불규칙한 변화에는 어떻게 해야 할줄 몰라 쩔쩔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측할 수 없을 뿐더러, 내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일게다.

나는 지금의 감정을 잘 기억해 두려고 한다. 그리고 먹은 음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손가락이 떨려 글씨조차 쓸 수 없는 지금의 감정이 나중에 헛되이 녹슬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결과물을 얻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이 감정 그 자체로 굉장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다는 확신을 잊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나는 진심이다.

강남역 교보문고에는 그 씨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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