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공연

시와가 “작은 씨” 를 불렀을 때 나는 손가락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썹 역시 살짝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앨범속의 그녀는 작은 숨소리 하나, 기타줄 옮기는 소리 하나까지 귀기울이도록 만들었다.  늦은밤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청솔모 움직이는 소리외에는 모두가 침묵을 지키던 그 시간 그 길에서 헤드폰을 통해 들리던 이 노래는 비어있음이 꽉차있음보다 더 배부를 수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The XX 보다 더!)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참 감격스럽다고 해야 하나, 이 이상의 격조높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녀는 관객들과 하나 하나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불렀고, 덕분에 나는 나도 그녀와 눈을 맞췄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공연장 밖에서 들리는 소음, 의자 덜컥 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녀의 호흡을 듣기 위해 침삼키는 소리마저 수줍게 느껴졌던 관객들의 표정까지. 공연장에서 접한 “작은 씨” 는 앨범보다 약간 더 풍요로웠고, 약간 더 사랑스러웠다. 나는 이제 한국에서 더이상의 무언가를 더 바라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이정도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 그 정도의 행복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영상은 같은 장소에서 지난 2월에 했던 공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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