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On & On


박정현의 통산 다섯번째 한국어 앨범. “꿈에” 의 대성공뒤에 나온 앨범이라 그런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느낌이 드는 앨범이다. 보컬리스트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렵 녹음되었기 때문에 테크닉에 있어서의 완벽함을 느낄 수 있다. 전 앨범 (4집) 에서 한곡의 자작곡을 수록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잠재성을 스스로 확인한 그녀는 이번 앨범에 네곡의 자작곡을 수록하고 있는데 (인트로 성격의 “Ode” 와 연주곡 “Very Thought”  포함), 그녀가 좋아하는 작곡가로부터 곡을 받아 부르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체성과 스스로 만든 곡을 소화해 내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정체성 사이에 간극이 꽤나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즉 윤종신, 정석원, 황성제같은 작곡가들은 그녀로부터 무엇을 뽑아 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한국인의  정서와 그녀의 이국적인 보컬 스타일이 묘하게 결합된 스탠더드한 팝을 그녀의 ‘색깔’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편곡에도 참여한 곡들은 의외로 대단히 어두우며 또 무척 몽환적이다. 오히려 보컬은 도드라지지 않고 사운드 스케이프에 중점을 둔 대곡 지향적인 편곡이 눈에 띈다. 이러한 성격의 두 곡 “미래” 와 “Ghost” 가 이 앨범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이 곡들은 그녀가 이 당시 추구했던 음악의 방향성이 여타 작곡가들이 바랬던 그것과 많이 상충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은 편인데, 긍정적인 분위기의 달콤한 팝넘버는 “Miracle” 과 “알아볼게요” 뿐이다. 대부분의 곡들의 편곡에 스트링이 들어갈 정도로 스케일을 큼직하게 가져가고 있다. 정석원이 작곡/사한 세곡 “Long Goodbye”, “그러지 마세요”, “싱글 링” 은 단연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들인데,  역시 그가 이당시 박정현이 가지고 있던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의외로 정석원 스타일의 작곡법이 박정현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앨범 이후 박정현은 정석원과 결별하고 평범한(?) 팝넘버 위주의 황성제와 주로 작업하게 되는데, 물론 앨범 전체를 장악하는 그녀의 프로듀싱이 더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석원과 조금 더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4 thoughts on “박정현: On & On

    • 넵. 군대문제로 해외도피후 돌아와서 작곡가/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종혁님 덕에 저도 박정현을 재발견했어요..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아요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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