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yazaki Hayao: Ponyo on the Cliff

오늘 동기 여자 친구 집들이가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결혼하고 보라보라(??) 에서 신혼여행을 마치고 갖 돌아온 젊은 새색시가 동기 한국인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이로써 나를 제외한 다른 동기분들 모두 결혼을 했다는 엄청난 사실. 안그래도 오늘 밥먹고 가족대항(왜??) 으로 류미 큐브 게임을 하는데 나는 가족이 없어서 깍두기였음. 아무튼, 동기분들의 가족분들을 함께 만나면 으레 내가 하는 일은 딸려 오는 어린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오늘은 동기 여자 친구 남편되시는 분이 아이들 조용히 보고 있으라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벼랑위의 포뇨> 를 틀어 줬는데, 내가 넋놓고 봐버렸다.  영어 더빙이었는데 미리 한번 본 여섯살짜리 숙녀분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나보다 영어 잘함) 세살짜리 남자분과 침 흘려가며 완전 몰입해서 봤다.

황홀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의 2008년 최신작에서 거의 어린아이의 마음과 완벽하게 동화된, 몰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준다. 왜 이렇게 말할 수 있냐 하면, 함께 영화를 시청한 아이들이 영화에 몰입하는 정도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뇨송” 이라고 얘네 또래에서 엄청 히트한 노래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근데 듣다 보면 진짜 빠져든다.

문제는 이 포뇨송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직접 따라 부르면 춤을 추고, 한국나이로 서른살이 된 나도 옆에서 동기분들이 뭔 얘기를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영화에 몰입해서 봤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동화를 만들어 냈다. 전작들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다. 인어공주의 변주다. 결말은 헤피엔딩. 세상은 포뇨로 인해 물바다가 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고난은 극복되기 위해 존재하고 포뇨는 소스케를 다시 만나게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야오의 영화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젊은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 원령 공주, 키키, 나우시카까지.  포뇨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긍정의 힘을 내뿜는 엄청난 에너지의 소녀. 문제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자 주인공들보다 훨씬, 초초초초초초 귀엽다는 거. ㅠㅠ

하야오는 일본의 전통문화를 범세계적인 코드로 확장시킬 줄 안다. 그래서 전세계 어린이들(+어른들) 모두 거부감없이 그의 영화를 받아 들인다. <포뇨> 에서도 참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로 ‘물’ 이 주는 이미지에 몰두한다. 영화에서 물(혹은 바다) 은 마을을 집어 삼킴에도 불구하고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탐험과 모험의 대상이다. 폭풍우가 내리 치며 파도가 넘실거리는 날 어른들은 피하려고 애를 쓰지만 아이들은 – 포뇨와 소스케 – 는 사라진 엄마를 찾아 말도 안되는 보트를 타고 탐험을 시작한다. 활짝 웃으면서. 이 대책없는 낙관주의와 긍정적 사고관의 뒤에는 여러가지 신화가 깃들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찾아 보진 않았지만… -_-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포뇨가 인간의 모습으로 소스케를 만나기 위해 동생들과 바다의 도움을 받아 육지로 다시 나오는 장면이다. 그 웅장함은 여느 대작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 하야오가 바그너의 음악에 빠져 있었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아하, 니벨룽겐의 반지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포뇨의 원래 이름인 브룬히루데도 바그너의 오페라에 나오는 이름이다.

14 thoughts on “Miyazaki Hayao: Ponyo on the Cliff

  1. ㅎㅎ 포뇨송에 빠지셨군요
    포뇨송을 컬러링으로 해놓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전화하기 전부터
    그 노래 들을 생각에 기분이 좋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두근두근 포뇨포뇨 ㅋㅋ

    • 포뇨송 링크 걸어놓고 연습하고 있슴다.
      저도 컬러링같은 거 해놓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일단 트위터 바탕화면을 포뇨로 도배했습니다 ㅋ

  2. 전 포뇨보다가 울었다는.
    위에올리신 마지막 유투브 클립 장면에서 특히..
    오프닝 에니메이션도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 돌았고요..
    사무실 컴터 바탕화면이 그 물고기/해물 (오징어?) 에니메이션 스틸입니다.

    • 저도 울컥울컥했어요.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런 울컥함이요.
      물론 어린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한 세심한 부분에 신경쓴 것도 놀랐고,
      오프닝도 정말 좋았구요.
      저도 깔 수 있는 곳이란 곳은 전부다 포뇨 얼굴로 도배해 놨음동.

  3. 센과 히치로 너무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이거 꼭 봐야겠어요! 나이와 국경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을 사로잡을수 있다는거 정말 맞는거 같아요. 대학교 1학년때 심리학 기말고사는 교수님이 아예 센과 히치로에 대한 질문만으로 시험지를 만드셔서 즐겁게 (!!) 시험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

    • 그 과목 교수님 정말 센스 만점이신데요 ㅋ
      안보셨으면 꼭 보세요. 개강으로 인해 퍽퍽해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 이거 옛날 여자친구가 쓰던 말인데 옮은 건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무로 나미에 보고 초초초초초초 얼굴 작다고 하죠. 안젤리나 졸리 보고는 초초초초초초초 섹시하다고 하구요. 이명박보고는 초초초초초초 쓸데없다고 하죠.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되요.

  4.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은 거의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안본게 있다니..
    저한테 있어서 최고의 작품은 원령공주^^ 근데 요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초초초귀여움..ㅋ

    아, 저도 LIKE버튼 활용좀 해야겠네요ㅋ 좋은 기능은 써먹어야 하는데~

    • 미야자키 하야오는 범작조차 쉽게 만들지 않는 것 같아요. 원령공주도 무척 좋았고, 센과 치히로도 좋았죠. 지금까지 제 베스트는 나우시카였는데 이번에 아마도 바뀔 듯 해요 ㅋ

      저도 워드프레스의 LIKE 기능은 잘 쓰지 않았어요. 블로그에 코멘트도 없이 라이크만 딱 하니 달면 좀 성의없어 보이기도 했고.. 그런데 쓰다 보니까 괜찮더라구요 ㅋ

  5. 사실 전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하야오 작품도 몇개 못봤는데
    포뇨;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포뇨송 만큼은 ㅋㅋ 개봉하기도 전에 듣고 한동안 푹 빠져서
    포뇨포뇨~ 이러고 다녔다지요-_-

    씨네21 모 기자님의 일화인데
    자기 선배가 일본 출장을 갔다가 포뇨 인형을 사다 바께쓰(..)에 담가뒀대요.
    그 기자는 선배! 정말 유치해;; 맹비난 <- 그러다가 본인이 얼마후 일본 출장 가서 포뇨를
    보고 반하여..그 인형을 사와 자기도 욕조에 물 받아서 포뇨를 풀어놨다는 그런 ;;; 이야기;;

    흐흐흐.. 그 얘길 듣고 저도 '대체 포뇨가 얼마나 귀엽길래?!!' 이러면서 포뇨송; 찾아보고
    노래 흥얼흥얼. 이런 해맑음; 이랄까.. 긍정의 에너지는 초초초초초 빠르게 전파 되는거지요.

    • 저 아마존에서 포뇨 인형보고 진짜 결재 직전까지 갔어요. 이건 사더라도 절대, 가족에게도 들키면 안돼 하면서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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