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울기엔 좀 애매한

작년 8월즈음해서 나온 최규석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이번 신작은 A4 지 정도되는 큼직한 판본으로 나와 그의 수채화 솜씨를 조금 더 자세히 구경할 수 있다. 지방 작은 도시의 한 미술 입시학원을 배경으로 돈없는 집에서 그림그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입시학원 강사 경력이 꽤 되는 작가는 작중 태섭이라는 학원 강사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규석의 만화가 늘상 그러하듯, 이번 작품에서도 삶의 고단함과 사회의 불합리함속에서 피곤함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사려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100도씨> 에서 조금은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작가 주위에 오밀 조밀 모여 있는 사랑스러운 이웃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 그의 작품들을 놓치지 않고 보아 오면서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고, 단 한번도 갸우뚱거렸던 기억조차 없다. 무엇을 하든,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반듯한 마음가짐이라는 간단한 교훈을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재확인한다.

우리네 일상은 녹록치 않다. 돈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권력에 치인다. 고개를 들어 보면 내 위에는 누군가가 항상 나를 지배하고 있고, 단 하루도 돈의 속박에서 자유로웠던 날이 없다. 잠깐 쉬어 가고 싶어도 등뒤를 떠미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으며, 마치 지금 한걸음을 마저 떼지 않으면 뒤쳐지는 느낌까지 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 친구들처럼 우리가 시덥잖은 유머를 날리며 오늘도 웃을 수 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잃지 않고 가지고 있는 꿈이 될 수도 있다. “불가촉 루저” 인 원빈이 강사의 크로키를 보고 “학원 오기 잘했다” 생각하며 씩 웃을 때의 그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캐치해 내는 작가의 시선을 사랑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큰 고비 하나를 넘지 못해 지금까지 애써 지켜왔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다다른 원빈이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릴 때 그를 쳐다보는 학원 강사의 눈빛을 담담히 담아 내는 작가의 손끝이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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