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Fincher: The Social Network

영화 Social Network 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극장에서 본 짤막한 예고편때문이었다. 감각적인 음악에 감각적인 영상이 묘하게 편집된 짧은 비디오 클립은 ‘꼭 봐야 할 것 같은’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나중에 이 영화의 감독이 데이빗 핀쳐이고 페이스북 창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영화 제작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며 도움을 전혀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관심은 더 커져 갔다. 하지만 학기말이 휘몰아치는 스케쥴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결국 극장에서 이 영화가 내려가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최근에서야 DVD 로 발매된 것을 확인하고 냉큼 구입, 감상할 수 있었다.

데이빗 핀쳐는 <패닉 룸>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지 않았나 싶다. 그는 천재적인 촬영 감독이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보는 눈썰미로 따지면 세계 최강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는 현존하는 할리우드 감독들중 흥행에 성공하며 작가 대접을 받는 몇 안되는 젊은 거장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코언 형제나 폴 토머스 앤더슨과 같은 부류로 묶일 이유는 없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밑에서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단 한번도 박스 오피스를 무시했던 적이 없으며, 늘 흥행 배우와 함께 했다. 그러니까 그가 미국 국적을 가진 변방의 아웃사이더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는 할리우드 시스템속에서도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건 정말 사실이다. 그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이며 영화의 구조속에서 본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철학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촬영 기법때문인데, 늘 혁신적인 카메라 구도를 영화속에 최소한 한장면 이상은 삽입하지만, 그 누구도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 이만큼 잘났어” 라고 자랑하는 장면 구성이 아니라 최대의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철학에 빚진 것처럼 보인다.

시나리오 작가인  Aaron Sorkin 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어 퓨 굿 맨> 의 작가인 이 양반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은근히 작품 수가 적다. 오히려 연극쪽에서 더 유명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시나리오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그가 창조한 대사들은 이 영화가 정말 실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 수많은 비유와 컨텍스트들이 넘실거린다. 영어 자막이 없었다면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짧은 예를 하나 들자면, 하버드생들이 BU 를 은근히 무시한다는 건 얘기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대사속에 몇번이나 등장하는 걸 보면 정말 그렇구나 싶다.

배우들도 연기 참 잘하더라. 요즘 앤드루 가필드가 출연한 영화를 두편 연속으로 봤는데 음.. 멋있다 +_+

불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굉장히 잘 만든 영화이고 참 깔끔하지만, 그게 다다. 아주 촘촘히 잘 짜여져 있는 명품 스웨터를 입는 느낌인데, 프린팅이 너무 유행을 타서 내년에는 입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몇년전에 UCC 가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뽑힌 적이 있다. 마크 저커버그의 화려한 성공 신화는 IT 가 휩쓸고 있는 요즘 너무나 인기있는 이야기 소재다. 그가 하버드 nerd 이고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루머가 있고 초창기 창업자들과의 불화를 겪었다는 등의 뒷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호기심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핀쳐와 소킨은 뒷담화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 냈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든 ‘창조자’ 의 인터넷 너머의 삶을 조망함으로써 가상 공간에서의 삶과 실제 삶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서로를 파괴하는 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허구라고 생각하고 봐도 별 상관없다는 말이다. 저커버그는 오프라 윈프리쇼에 나와 본인이 입는 옷까지 정확하게 묘사한 영화를 칭찬하면서도 사건의 선후 관계에 있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지적했다. 맞다. 영화의 몇몇 부분은 실화를 ‘영화답게’ 각색하기 위해 과장과 거짓말을 조금 보탠 것이 역력해 보인다. 핀쳐가 할리우드안에 있으니까 생기는 문제들이다.

영화가 너무 ‘트랜디’ 하다는 거, 아카데미에서 또 한번 물을 먹을 이유가 될까? <벤자민 버튼>은 핀쳐가 작정하고 아카데미 상 한번 만져 보자고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실패했다. 너무 구닥다리여서? 아니, 난 그 영화 또한 너무 트렌디하고 너무 시대적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져서 결국 수상에 실패했다고 본다. 지금 현재 모두가 열광하는 소재에 모두가 열광할 만한 완벽에 가까운 플롯과 대사, 촬영기법으로 무장한 Social Network 는 어쩌면 <벤자민 버튼> 과  생김새만 좀 다른 배다른 형제같은 느낌이 든다. 씨네21은 이 영화를 위해 <시민 케인> 까지 언급하고 있다. 맙소사. 인터넷 세상을 너무 무겁게 보는 어른들은 이 영화가 시대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세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어린 세대는 이 영화를 자신들을 위한 놀이터를 설계한 창조주의 작은 우화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핀쳐와 소킨의 세계는 그 어디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포스터에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적당히 하자. 그게 이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10 thoughts on “David Fincher: The Social Network

    • 저도 웨스트윙 재밌게 봤어요! 이 드라마때문에 미국에서 정치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죠 ㅋ

  1. 별 생각없이 그냥 재밋게 보다가 마지막에 뜨끔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죠~
    성공하든 실패하든 마지막에 주인공과 같은 저런모습으로 남지는 말아야겠다는..
    역시.. 인터넷 적당히 하자~ㅋ

    • 보는 사람에 따라 주인공에게 각기 다른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게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같아요. 현대 사회의 한 단편을 극명하게 아주 잘 보여준 수작같습니다.

  2. 마크 저커버그한테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는 페이스북 원래 3인방 만났었거든요.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보다 실물이 더 잘생긴 조각미남들..윙클보스 쌍둥이는 워낙 유명하지만 디비야는 정말 헉소리 났다는..그래서 저는 누가 뭐래도 저커버그가 아니라 원래 3인방편이에요. 저커버그 미워요! ㅋ

    • 오 실제로 만나신 거죠? 대단하십니다. 역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외모가 참 중요하군요. +_+

    • 디비디 릴리즈가 아직 안되었나 여쭤본 거였어요. 암튼 꼭 보세요 ㅎ 저도 극장 개봉했을 때 놓쳐서 못본 케이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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