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사실은 세가지.

1. 개강했다. 두과목. TA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교수님의 500명짜리 원론 수업. 지난 학기 내 레시테이션이 좋아 나를 따라온 학생도 꽤 된다. 이 교수님이 원론 수업이 처음인 데다가 1학년 대상 수업도 처음이라 지금까지 서빙했던 교수님들과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학교 지침에 맞게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게만 임하면 별 문제없다는 거 다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이번 학기도 그렇게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고 있다. 유학생들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리서치보다는 티칭에서 원어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편이다. 나는 리서치에서도 많이 받고 티칭에서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티칭쪽이 조금은 더 수월하다. 공부하는 사람은 언제나 교육-티칭-을 일종의 서비스, 혹은 사회에 대한 봉사/환원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어려운 순간마다 많은 도움이 된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면 문제가 조금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게 티칭이 아니란 말이다.

2. 방금 등록금 납부했다. 피같은 부모님 돈이 또 미국의 한 대학교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 갔다. 돈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면서 이를 악물고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서른이 다 되어 가도록 부모님께 용돈 한번 못 드린 걸 떠나서, 부모님께서 아예 당신의 아들에게 돈벌어 오라는 소리를 하는 걸 포기하도록만든 작금의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못내 안타깝다.  다행히 이번 학기는 두과목만 드어서 내야 할 돈이 그리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마이너스는 마이너스다. 잘해야지. 무사히 학기 마쳐야지. 지난 다섯번의 학기보다 이번 학기가 유난히 많이 긴장된다. 코스웤을 듣는 마지막 학기라 그런가. 이번 학기의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살아 남느냐 아니냐가 결정되어서 그런가. 잘 모르겠다.

3. 마지막 – 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 어플라이를 다시 한번 했다. 돈낭비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더이상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딱 이틀 투자해서 속전 속결로 온라인 어플라이/결제/성적표배송 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번 지원에서 뼈저린 오판을 좀 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양한 범위의 학교들에 안정적으로 지원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석/박사 과정도 기웃거려 보고, 미국내 비주류 경제학하는 학교들도 두어군데 지원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 좋은 학교부터 전통적으로 거시경제학이 강한 날씨 안좋은 동부의 학교까지 슬쩍 넣어 봤다. 콜로라도, 볼더에서 딱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도 아니고, 서양의 대도시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큰 것도 아니다. 지금 있는 학교에서 더이상의 리서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절반은 desperate 한 심정으로, 나머지 절반은 돌아오는 여름 내 미래를 결정할 때 플랜 B 를 풍부하게 확보해 두고 싶어서 지원했다. 그러고 보면 매년 여름 거취를 결정하는 것 같다. 1년 주기로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는 기계같은 삶을 3년째 살아 오고 있다. 올 여름이 끝나면 조금 더 확실해 질 것이다. 지난 두번의 여름도 그런 식이었다. 첫번째 여름보다는 두번째 여름이, 두번째 여름보다는 세번째 여름에 더 확실하고 명확한 미래가 보일 것이다. 그렇게 기대해 본다.

오늘 아파트 파킹 퍼밋 갱신하러 갔다가 그만 자동차 플레이트 갱신을 지난해 안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 버렸다 -_- 또 벌금 왕창 나오겠구만.. 사는 게 이런 식이다. 이런거 까먹지 않으려고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중인데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걸 자꾸 까먹는다 ㅋ 생활의 달인이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살림살이에 힘이 부친다.

8 thoughts on “두가지.

  1. 3번..참 복잡미묘한 감정이네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길로 해결돼기를 바랄께요. 조교님 ㅋ 파이팅~

    • 저 아이폰 가열차게 써보려고 구글캘린더랑 연동되는 어플도 유료로 받았거든요? 근데 안쓰게 되더라구요 ㅋ

    • 구글 캘린더랑 그냥 무료로 연동되는거 아니었나요..? 저는 그렇게 쓰고 있는데.. 유료 어플은 더 색다른 기능이 있나요? 궁금.

    • 이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요.. 저 분명히 돈 냈는데 공짜로도 쓸 수 있었단 말입니까???? ㅜㅜ

    • 에.. 원하시는 function에 따라 틀리지만.. mail 설정에서 calendar sync를 같이 해두면 icalendar에서 볼 수 있어요. 제 경우엔 work schedule은 outlook으로, private schedule은 google calendar로 쓰고 있음…

    • 털썩. 이래서 전 전자기기를 싫어합니다.. 수첩에 쓰는게 컴맹인 저에게는 최고예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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