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매해 노벨상이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특히 베팅사이트들) 수상자를 예측하기 바쁘다. 특히 유일한 사회과학분야인 노벨 경제학상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착각하기 쉬운 맹점 두가지가 여기 있다. 첫째는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 경력을 현 경제 상황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건 언론쪽에서 주로 많이 하는 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듯이 언론들은 노벨 경제학상이 가지는 ‘상징성’ 을 만들어 내기 바쁘다. 의학상이나 물리학, 혹은 화학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또 그 상들이 갖는 ‘시의성’ 은 일반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니 ‘만만한’ 경제학상에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내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연구 경력은 지금 현재 세계가 가지고 있는 경제 상황과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있다. 경제학 분야에서의 노벨상은 그 사람의 업적과 경제학에의 공헌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그러니까 은퇴가 가까워져 온 학자의 걸어온 길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물론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일시적으로 커질 지 모른다. 예를 들어 재작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같은 경우나 이전에 수상한 스티글리츠같은 경우에는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대중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며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그렇게 행동했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프리미엄은 붙는 건 아주 순간적이다.

다른 하나는 노벨 경제학상에 대한 논의가 주류 경제학의 테두리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착각이다. 실제로 주류 경제학의 발전에 공헌한 많은 이들이 이 상을 받았다. 하지만 반드시 주류 경제학의 테두리안에서만 수상자가 나오리라는 법은 없다. 작년 수상자인 오스트롬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 학과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그녀가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 그녀의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단 한번도 경제학과에 재직한 적이 없는 정치학자/사회학자이다. 그녀의 이론은 경제학분야에 국한해서 큰 공헌을 했다기 보다는 전체 사회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대한 발전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사회과학분야의 유일한 상이니만큼 비록 이름은 경제학상이지만 관련된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 공헌한 사람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영화로 유명해진 존 내쉬도 마찬가지 경우다.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 내쉬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흔히 거론되는 ‘내쉬 균형’ 은 현대 미시 경제학 이론에서 아주 핵심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그는 수학자이고, 한번도 경제학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내쉬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경제학이 얼마나 수학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한국 경제학계에서 오스트롬의 수상은 상당히 낯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흔히 말하는 비주류 경제학은 열심히 발전중에 있다.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단단한 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주류 경제학이 갖는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공헌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 분야에 공헌한 이유로 수상한 스티글리츠는 현재 비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경제학이 갖는 짧은 역사만큼이나 그 다이내믹도 활발한 편이다.

여튼, 올해 수상자는 모두 세명인데, 세 분 다 꽤나 유명한 분들이다. 이 분들이 수상한 이유는 거시 경제학에서 실업 문제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흔히 노동 경제학은 미시 경제학의 세부 분야로 취급받는다. 그러니까 정태적인 상태에서 특정 산업 중심으로 분석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계량적인 방법론이 많이 개발되었고, 또 이를 통해 특정 산업 혹은 특정 지역의 노동 문제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발전이 있어 왔다. 거시 경제학에서 노동문제는 하나의 변수로 취급받는다. 전체 균형의 한 파트로서 기능할 뿐이다. 올해 경제학상을 받은 세분은 ‘labor search model’ 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이 분야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분석하는 데 공헌했다. 다이아몬드는 학부 교과서에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분이다. 한국 은행이나 금감원 시험 준비를 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의 이론을 공부해 봤을 것이다. 미시경제학에서 발전한 pareto optimum 이나 market efficiency 의 개념을 거시경제학의 동태적인 분석에 성공적으로 대입해 초기 명성을 얻었다. 물론 이번에 그가 수상한 노벨상은 그 이후에 이룩한 labor search(matching) model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의 이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Mortenson 도 거시경제학에서의 노동 문제에 천착했다. Sargent 가 고안한 labor friction problem 을 발전시키고 이를 서치 모델과 연결시켜 동태적인 실업률 문제를 전체 균형속에서 잘 이끌어 냈다. Pissarides 는 사실 이 분야의 대가이자 선구자다. 때문에 이 세명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는 서치 모델을 처음 고안하고 발전시킨 사람중에 한명이며, 거시 노동 분야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Equilibrium unemployment thoery> 를 집필했다.

labor search model 은 얼핏 굉장히 단순하고 심플한 이론이다. 노동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다. 수요자는 회사고, 공급자는 노동자 개개인다. 회사는 매 기마다 특정 수의 job 을 포스팅하고, 노동자도 매 기마다 가용한 노동력이 얼마인지 그 정보를 회사쪽에 제공한다. matching function 은 이 두 집단간의 posting 에 기반해 만들어진 함수다. 이 함수를 기반으로 노동자는 자신의 효용함수를 극대화하고 회사는 이윤을 극대화한다. 이를 동태적 모형으로 바꾸면 약간 더 복잡해 진다. 저번기에 고용되어 있던 노동자는 계속 이 회사에서 일할 지 자발적 실업자가 되어 다른 직장을 구할지 매기 초에 결정한다. 회사도 고용 규모를 바꿀지 결정해 이를 matching function 에 반영한다. 이 선택에 미치는 변수도 다양해 진다. 기대 임금과 실업 상태에서의 비용, 그리고 새로운 직장을 구했을 때의 기대 효용등이 노동자의 머릿속에 들어간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변수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 모델은 굉장히 ‘미시스럽다’ 그러니까 한 사회 전체, 혹은 한 나라 전체의 실업률을 판단하기에 앞서 특정 회사와 특정 노동자간의 관계를 먼저 살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하면 나라 전체의 실업률을 estimate 할 수 있다. 이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실업률 문제는 굉장히 종속적이었다. 단순한 가정하에 그저 여러 변수중 하나로 소개되었을 뿐이고 전체적으로 구해진 균형안에서 피상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때문에 많은 거시 모델에서 꽤 괜찮은 균형을 구해 놓고도 simulation 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부분도 바로 이 실업 부분이었다. 서치 모델은 미시 경제학의 전유물이었던 실업 문제를 동태적인 거시 모델안에서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계략적인 방법론에 기대어 ‘귀납적’ 으로만 풀어낼 수 있었던 노동 문제를 ‘연역적’ 으로도 풀 수 있는 기초를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세분과 친하지는 않다. (..) 다만 지난 학기부터 시작해 얼마전에 끝낸 내 첫번째 페이퍼가 이 이론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련 서적과 논문을 많이 참조했다. 특히 피사리데스 교수의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혹시 얼마전에 포스팅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를 기억하시는지? 그렇다면 그 포스팅에 등장한 LSE 경제학과장이자 유럽 노동경제학회장을 맡고 계신 분의 이름이 피사리데스라는 사실을 밝혀야 겠다. 그 분의 논문을 읽고 “참 정말 완벽하다” 라고 감탄했고, 도저히 빈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글들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물론 엄청난 좌절감도 함께 느껴야 했지만. 몇주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내가 내 페이퍼에서 하려고 했던 것들을 이미 10년전에 다 해버린 교수가 있어서 찾아 봤는데 LSE 학과장이더라” 하고 말했더니 “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고 있다. 그 정도 레벨이 되는 사람들이 한 것과 너의 것을 비교하지 마라” 라는 타박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 바로 그 이야기의 대상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 분들은 베팅사이트들의 예측 후보군에 속해 있지도 않은 분들이었다. 어제 오늘 나의 지인들은 나의 “혜안” 에 탄복했다. 크크.

2 thoughts on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 꺄악. 저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public economics신청했다가 첫번째 강의 후로 다신 안돌아갔다는. ㅋㅋ. 완전 외계인의 세상에 온 기분이더군요..저분 노벨상도 노벨상이지만 20살에 대학 졸업, 23살에 박사/부교수라는 업적의 괴물이라는.그냥 그 옛날에는 모든게 훨씬 쉬웠다고 그냥 그렇게 마음에 위안을 삼을래요..

    • 오 역시 좋은 학교 다니시면 대가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기는군요 +_+ 부럽네요.

      그리고 경력 문제는.. 아니예요, 그분들이 정말 천재여서 그렇게 하신 거예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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