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선물

추석을 맞아 어머니께서 소포를 한아름 보내주셨다. 어머니도 이제 유학생부모 3년차, 어느정도 베테랑의 대열에 합류해야 할 시점이다. 광화문우체국의 한켠에는 유학생 어머니들이 소복히 모여서 열심히 무언가를 싸는 모습을 항상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도 최근 그곳에서 “김치를 보낼 때는 양철통을 사용한다” 라는 팁을 얻어 오셨는지, 이번에 보내신 김치는 튼튼한 양철통에 담겨져 있었다. 덕분에 쉬거나, 새거나,  많이 부풀어 오르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늘 먹고 싶던 종가집 포기김치와 맛김치, 그리고 묵은지와 갈비탕까지 보내 주셨다. 여기에 더해 추석에 떡 하나 먹지 못할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약과를 조금 보내 주셨다. 오늘 학교에 가지고 와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정신없이 나누어주다 보면 항상 내 몫을 챙기지 못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특별히 내 몫으로 하나를 꿍쳐 놓아 무사히 달고 맛있는 약과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소포의 맨 윗부분에는 음식이 아닌 다른 추석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최근에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신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와 어머니께서 최근에 읽었다고 언급하신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이 나란히 포개져 있었다. 새책의 뽀송뽀송한 느낌도 좋지만, 손때가 어느 정도 뭍고 눅눅해진 책들에서 느껴지는 정다운 느낌도 좋다. 읽어야 할 책이 두권 늘었다.

4 thoughts on “한국에서 온 선물

    • 흐흐. 가끔 보내주세요. 그럴때마다 아주 많이 행복해지죠. 유학생활에서 즐거운 이벤트가 몇 안되는데 그중 하나예요.

  1. 유학생들이 가장 기쁜 순간이 한국에서 오는 소포라고 하더라구요. 예전에 친구가 이태리에 있을때 2주에 한번씩 티비프로를 3배속으로 녹화해서 보내곤했어요. 그땐 인터넷이 거의 불가능??이었던터라..ㅎㅎ 그 친구와 이태리에 있던 모든 유학생이 제 테입만 기다리는 그런 기억이..근데 그때가 거의 10년도 훨씬 전인데 비디오테입 2개 보내는게 거의 1만원 정도였어요. 다행이도 회사 우편물 나갈때 그냥 끼어넣어서 요금 부담은 안했지만..정말로 소포한번 보내는건 쉽지 않은거 같아요. ^^
    갑자기 저도 약과가 먹고 싶네요. ^^

    • 맞아요. 한국에서 꼭 소포가 아니더라도, 편지 한통이라도 오면 그날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한국의 공기나 채취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아서 반갑구요.

      이태리에 계셨다던 친구분은 아주 친한 분이셨나봐요. 엄청난 정성인데, 혹시 애인은 아니셨는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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