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WM7 감상문

“무한도전” 이라는 프로그램은 유학을 온 후부터 빠짐없이 보는 유일한 한국 TV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 되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토요일 아침이 되면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다운로드를 걸어 놓는다. 아이폰용으로 컨버젼한 mp4 파일을 따로 받아 아이팟이나 아이폰에 넣고 자기 전 침대에서 보기도 한다. 지금처럼 열심히 보지 않았던 시기에 방송됐던 과거 방송분도 찾아서 틈틈이 본다. 어느새 무한도전은 없으면 안되는, 삶의 cycle 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향수병을 달래주는 좋은 위안제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 방송이 담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예능 방송들이 가지고 있는 위악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이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계속 좋아하고 보게 되는 것 같다. 우선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 프로그램을 따분하지 않게 만들고, 특정 인물을 추켜 세우지 않고 심하게 조롱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 낸다는 점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 그러니까 ‘진심’ 이 그대로 우러나온다는 걸 느낄때가 있는데, 이게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프로레슬링의 세계에 도전했다. 1년 장기 프로젝트였고, 마지막에는 정식으로 관중들을 불러서 경기를 치뤘다. 약 10주가 넘는 기간동안 방송이 됐는데, 아마 최장기간 방송된 프로젝트가 아닌가 한다. 그동안 멤버는 전진에서 하하로 바뀌었으며, 노홍철의 머리는 많이 자랐고, 손스타는 1년동안 “뮤지션이 아닌 프로레슬러로 살아” 왔다.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무한도전이 한 무모한 도전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들에 거창한 대의명분이 붙은 건 사실 오래 되지 않았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했던 봅슬레이와 베드민턴, 레슬링 특집이 그랬고, “한류를 알리고 한국 음식에 대한 홍보를 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식객 특집이 그랬다. 그런데 이번 레슬링 특집은 그런 대의 명분이 없었다. 그냥 제작진이 가져다준 여섯개의 CD 에서 하나를 “뽑기” 해서 우연히 그게 걸렸기 때문에 하게 된거다. 협회측과의 사전 협의나 협조 없이 손스타라는 아마츄어를 유일한 스승으로 삼아 연습한 과정도 마찬가지다. 프로레슬링 산업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이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처음부터 무한도전은 그런 명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목욕탕 물을 빼야 했던 그 시절에 그런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무모한” 도전을 하는 모습과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주 말초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것이 무한도전의 본질이었고 시작점이었다. 이번 프로레슬링 도전은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던 과거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어깨와 목에 들어간 힘을 최대한 빼고 그냥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도전에 사활을 걸게 되었달까. 그 과정속에서 멤버들은 속임수도 없고 숨김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한다. 길은 겁을 내고, 노홍철은 도저히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정말 아프다” 라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열심히 하는 멤버과 슬슬 피하는 멤버가 그대로 보여진다. 무한도전의 가장 큰 미덕은 TV 속의 멤버들 하나 하나가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다는 데에 있다. 모두가 잘나지도 않고, 잘난 정도도 제각각이며,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도 각각 다르다. 그들의 행동은 그래서 따로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불만이 없다.

불만은 그 도전의 ‘위험성’ 에서 시작한다. 단적으로 마지막 방송분의 3경기에서 유재석이 한 허리케인 러너를 보면 아찔해 진다. 유재석의 목은 가까스로 비틀어지지 않고 온전히 몸과 붙어 착지했다. 아주 약간만 더 몸이 무거웠더라도 그의 목은 꺾여 부러졌을 것이다. 난 프로레슬링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상황이 매우 위험했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서 목에 충격이 왔을 때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봤기 때문에 나는 유재석의 허리케인 러너를 보면서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위험한 상황이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더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정말 엄청난 행운을 가지고 있었다. 정형돈이 뇌진탕에 시달리고 손스타의 갈비뼈에 금이 간 정도로 끝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레슬링은 매우 위험한 스포츠다. 나는 당최 WWE 에서도 금지된 기술을 굳이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결국 실제로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아마츄어’ 들이 말이다. 봅슬레이에서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겨뤘고 식객 특집에서 실제 미슐랭 3스타 쉐프와 손을 맞춰 봐서 이제 무한도전은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라는 강박관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손스타 개인을 비난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무한도전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가 협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마츄어리즘” 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사람이 손스타라면, 그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이하게도 조금 더 센 기술, 더 화려한 기술을 마치 프로처럼 완성하려고 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엠뷸런스가 있으면 뭐하고 기 치료사가 있으면 뭐하나. 멤버들이 강행하자고 주장했다는 것도 핑계일 뿐이다. 사고는 예방을 해야지 사후 처리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이 과정에서의 불가해함은 멤버들의 ‘의지’ 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참고 견디게 만들었을까. “대한민국 평균 이하” 임을 누차 강조하며 여기까지 성장한 이들이 이젠 대한민국에서 극소수만이 할 수 있다던 기술을 마스터해서 관중들에게 선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련은 사람을 단련케 한다. “하늘이 사람에게 시련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더 큰일을 맡기기 위함이다” 라고 말한 맹자의 명언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시련과 고통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 물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포기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또한 삶이며 인생이다. 단적으로 WM7 에 이어서 방송된 박명수의 게릴라 콘서트는 준비 부족과 깨방정으로 인해 보기 좋게 실패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무한도전은 그 초심을 아직 잃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성공하는 천재들이 아니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그 가운데 “가끔” 아주 멋지게 성공할 때도 있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건 어려운 기술이 잘 들어 갔을 때 기술의 완성도를 보고 나오는 감탄이 아니라, “저렇게 아픈데도 결국 해냈구나” 하는, 인간적인 연민에서 나오는 친밀함이다. 애정이다. 안도의 한숨이며 응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동질감이다.

나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지난 겨울 무한도전 전시회 특집에서 유재석이 팬클럽미팅을 통해 한 말은 지금까지 내가 가슴속에 품고 사는 몇가지 가르침중 하나이다. 늦은 나이에 빛을 보게 된 그가 지금까지 성실함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건 그 역시 지금까지 잊지 않고 가슴속에 품고 있는 어떤 가르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예능 프로 하나 보면서 무슨 그렇게 많은 의미를 찾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어떤 부분은 제작진이나 멤버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게다. 하지만 나는 길거리의 거지나 지나가는 자동차에서조차 배울 것이 있고 발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세상의 그 모든 것이 내 스승이 될 수 있는데 굳이 웃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

벌써 다음주 무한도전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예고편도 없었다.

추신. 근데 웃긴건 웃긴거긔 ㅋㅋㅋ

4 thoughts on “무한도전 WM7 감상문

  1. 평소 무한도전을 보지 못했었어요. 방송 시간에 집에 있었던 적이 없어서;;
    이번 레슬링은 유독 더 칭찬이 자자하길래 지난주에는 일부러 시간에 맞춰 보았거든요. 맨 마지막, 유재석 태그팀이 이기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재석이 쓰러져있는 정형돈을 끌어 안는데, 와, 목이 콱 막히더라구요.

    좋네요,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종혁씨가.
    :)

    • 좀 과장해서 말하면 무한도전이 없었다면 유학생활 못 버텼을 거예요. 그정도로 지금 제겐 큰 가치를 지니는 프로그램이예요.. 저도 한국에 있을때 토요일 오후에 챙겨 보지 못했죠. 케이블에서 해주는 재방송들 보면서 좋아하기 시작한 경우예요. 온가족이 무한도전을 너무 좋아해서 네명이서 거실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보기도 했어요 ^^

  2. 아, 난 이번편 참 힘들게 봤어요. 원래 그런 종류의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뭔가 아슬아슬 위험한게 누가 다칠까봐 보기 힘들더라구요. 참 열심히들 했지만 앞으로 그렇게 위험한건 좀 안해줬으면…

    • 저도 보는 내내 정말 힘들었어요. 눈을 감아버린 적도 많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제발 안전이나 건강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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