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vement with Jenny & Johnny at Ogden Theatre, Denver

94년부터 음악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커트 코베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배철수 아저씨로부터 전해 들은 시점부터 나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그당시 듣던 음악들은 스키드로우니 건스앤로지스니 하는 뉴메틀이었고, 정작 너바나를 좋아한건 95년부터인가 일 거다. 너바나와 펄잼을 알기 시작하면서 핫뮤직에서 매달 선정했던 “명반 50선” 에서 헤비 메틀 음반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머스트 헤브 아이템” 은 점점 너바나와 펄잼, 혹은 블러와 매시브 어택이 영향받은 “조상” 들을 찾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나는 너바나를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궁금해 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은 과거로서, 역사로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예컨데 이런 것들이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Loveless”, 픽시스의 “Doolittle”, 미트 퍼핏츠의 “Meat Puppets 2”, 소닉 유스의 “Daydream nation”, 그외 멜빈스, 바셀린스, 뭐 이런 밴드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앨범중 하나가 페이브먼트의 “Slanted and Enchanted” 였다. 몇년차이로 놓친 “역사” 들. 그렇게 음악을 배워 나갔다.

스티븐 말크머스를 실제로 본다는 거 자체에 엄청난 흥분을 한 건 아니다. 픽시스의 공연에서 느꼈듯이 전설이 된 밴드의 재결합은 확실히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 거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되는 실제 공연 장면이라는 가치의 대가는 확 늙어버려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움이다. 페이브먼트가 마지막으로 투어를 돈 게 언제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걸 일일이 챙기지도 않았고. 어쨌든 이번 재결합은 밴드결성 20주년을 기념하는 베스트앨범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아마 멤버중 하나가 돈이 떨어졌거나,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서 투어를 계획했을 수도 있다. 전설들의 재결합은 내 경험상 생각보다 거창하고 멋있지만은 않더라.

아무튼, 팬들은 팬들대로 이 상황을 그냥 즐기면 되는거다. 중요한 건, 말크머스는 ‘전혀’ 늙지 않았다는 거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교보문고에서 정가의 두세배되는 돈을 주고 샀던 해외 잡지들에서 어렵게 볼 수 있었던 그의 얼굴 그대로 어제 무대위에 서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영락없는 아저씨가 되어 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지고 그랬는데, 말크머스만은 94년, 혹은 92년 그상태 그대로 있는 듯 했다. 공연 중간중간에 내뱉는 멘트마져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가끔 가사를 까먹고 박자를 놓치기는 했지만, 베스트앨범에 있는 모든 곡들을 연주하느라 공연이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들은 공연 자체를 즐기는 듯 했다. 무척 행복해 보였다. 왜 재결합을 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처럼 그들을 역사로서만 접한 사람에게 다시 오지 않을 값진 기회를 준 것 만으로 감사한다. 앵콜 첫번째 곡으로 말크머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라며 너바나의 “리튬” 을 불렀다.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부르는 사람들.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말크머스는 광중들에게 “fight this generation” 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참 90년대 스럽다, 싶었다. 90년대를 너무 사랑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무대였다. 허리가 많이 아팠지만 ㅋ

오프닝으로 나온 제니 엔 조니도 괜찮았다. 릴로 카일리나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 하지 않았던 시도 – 예컨데 정통 하드록 스타일이라던가 60년대 팝 스타일이라던가 – 가 많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제니 루이스 원맨 밴드인데 -_- 어줍잖게 조나단 라이스가 껴 있는 느낌? 제니 루이스의 남자친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에게 미움을 받는 것 같다.

4 thoughts on “Pavement with Jenny & Johnny at Ogden Theatre, Denver

  1. 음악에서 이렇게 역사를 되짚어가는 것, 참 해보고 싶어요. 좋은 노래를 듣게 될 때마다 못 듣고 지나친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종혁님 글을 읽다보니 너바나가 그립네요. 안 듣고 지낸지 몇 년은 된 거 같습니다.

    • 맞아요. 하루종일 음악만 들어도 좋은 음악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것도 사실인 것 같구요. 너바나의 92년 레딩 페스티벌 실황 앨범을 들어 보세요. 정말 그당시에 듣던 음악인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더군요.

  2. 아..저도 몇주 전 임재범 콘서트를 다녀온 후 마음이 엄청 심란하더라구요..
    그를 처음으로.. 라이브를 열 발자국 앞에서 세시간 보고 왔는데..
    이제 롹을 해도.. 무슨 음악을 해도 될 위치가 되니 그는 전성기 때 마음만 가득할 뿐..
    그 자신도 팬들도 아쉬움만 남더라구요..ㅡ.ㅡ
    인생 참 가혹하죠?

    •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도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미덕중 하나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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